무선인터넷 활성화를 위해 콘텐츠업계가 추진중인 허브CP와 콘텐츠 빌링센터 건립이 콘텐츠 과금대행 문제에 부딪혀 난항을 겪고 있다. 유료 콘텐츠 과금을 이동통신사가 대행해 주어야 한다는 콘텐츠사업자(CP)측과 이를 거부하는 이통사의 입장차가 뚜렷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한국무선인터넷협회를 중심으로 한 무선인터넷 콘텐츠사업자들은 무선 콘텐츠 활성화와 이용자들의 다양한 서비스 이용을 위해 허브CP와 콘텐츠 빌링센터 건립이 필수적이고 이의 실질적인 운영을 위해 이통사가 과금서비스를 대행해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무선인터넷협회는 이같은 내용을 정통부측에 수차례 건의했으며 정부측도 이같은 입장에 대해 어느 정도 수긍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통부 부가통신과 권용현 사무관은 『사업자가 독립 및 허브CP에도 과금대행을 처리해 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5개 이동통신사업자들은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통사들이 각 허브CP의 과금대행 서비스를 해줘야 할 의무가 없으며 이를 위해서는 많은 비용과 인력이 소요될 뿐 아니라 시스템부하를 일으켜 자사 서비스 이용자들에게 불이익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모바일IDC를 표방하는 아이하트(대표 신중호 http://www.i-heart.co.kr)는 자사 IDC에 입주하는 CP들을 대상으로 빌링센터 운영을 위해 이통사업자들과 과금대행 여부를 논의중이지만 진전을 보지 못하는 상황이다.
과금대행 문제를 놓고 양측이 극명한 차이를 보이는 것은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는 허브CP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고 결국 이통사들의 우산에서 CP가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근본적으로 차단되기 때문이다.
허브CP는 자체적으로 각 CP를 묶고 5개 이통사의 망도 한꺼번에 연결하는 일종의 허브사이트다. CP로서는 한 개 콘텐츠만 개발해 허브CP에 연결하면 5개 이통사로부터 수익을 낼 수 있고 이용자들도 011이나 016 등 어느 망을 사용하든 다양한 콘텐츠를 접할 수 있다. 이때 CP들이 무선콘텐츠 이용료 수익을 받기 위해서는 허브CP가 자체적으로 과금시스템을 갖추고 이용자로부터 고객정보를 직접 수집해야 하지만 이 방법은 실현가능성이 거의 없다. 제대로 된 빌링시스템을 구축하는 데는 수억에서 수십억원의 비용이 들어가는데 이는 허브CP 자본금 이상의 어마어마한 수치며 회원정보를 하나하나 수집하는 것도 사실상 쉽지 않다. 또 이통사로부터 고객 데이터를 받아 활용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지만 이 역시 개인정보보호 관련 현행법상 어렵다. 이 때문에 콘텐츠사업자들은 이동통신사업자가 허브CP의 과금대행 서비스를 제공하고 수수료를 받는 윈윈 모델로 나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통사업자들은 굳이 자사 시스템에 부하를 주면서 과금대행을 해줄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각종 세미나와 같은 공식석상에서도 밝혔다. 이는 많은 CP를 거느리고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함으로써 통화료 수익을 확대하는 한편 향후 자사가 운영하는 무선포털을 독립시켜 자체적인 허브CP로 키우겠다는 이통사의 장기적인 전략과도 맥을 같이한다.
SK텔레콤의 한 관계자는 『허브CP는 무선콘텐츠 시장이 성숙함에 따라 자연적으로 생겨나겠지만 이통사가 과금대행을 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강조했다.이통사와 콘텐츠업체들의 입장이 이같이 팽팽히 맞서는 상황이어서 당분간 콘텐츠 과금문제는 무선인터넷시장 활성화의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전경원기자 kwj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