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신탁관리 삐거덕

저작권자의 권리보호와 저작물의 원활한 유통을 위해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아 저작권을 위탁관리하고 있는 신탁 관리단체들이 최근 사용자들과 잇단 마찰을 일으키는 등 말썽을 빚자 비난의 화살이 주무부처인 문화관광부로 쏠리고 있다.

이는 한국음악저작권협회가 노래반주기업체들과의 저작권료 분쟁으로 노래방에 대한 신곡 공급을 전면 중단한 데 이어 실연자들의 저작인접권 신탁 관리업무를 전담하고 있는 한국예술실연자단체연합회마저 기반시설 미흡으로 사업개시 2개월이 지나도록 겉돌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예단련의 경우 지난해 11월 이후 단 한건의 신탁관리도 수임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업계는 저작권법상 신탁관리단체 허가는 물론 징수·분배 규정을 심의하고 시정명령 및 업무정지 등의 감독 권한을 갖고 있는 문화부가 시의적절한 처방전을 제시하지 못한 채 복지부동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논란을 빚은 작곡가 A씨에 대한 저작권협회의 개인권리행사 허락에도 아무런 행정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대표적인 사례라고 업계는 지적하고 있다. 현행법상 저작권자의 권리행사는 위탁관리업자로 허가를 받거나 신고한 자만이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A씨는 협회로부터 위임을 받았다며 개별적인 권리행사를 하고 다닌 것.

최근에는 협회와 노래반주기업체들이 저작권료 산정문제로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데도 뒷짐만 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한 관계자는 『저작권이 사유재산이기는 하지만 신탁관리라는 업무를 법적으로 규정한 것은 사용자들의 이용권을 함께 보장하는 것』이라며 『일련의 사태를 감안한다면 문화부가 직권중재에 나서거나 시정명령을 내는 등 소비자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정작 나몰라라 하고 있다』며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를 비난했다.

이에 대해 문화부는 『현재 노래방 문제는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를 통해 양측 관계자를 불러 중재를 진행중이며 예단련의 경우 징수규정을 일부 조정할 필요가 있어 다소 업무가 늦어지고 있다』고 밝히고 이른 시일내에 이같은 현안이 해결되지 않을 경우 저작권법에 근거해 직권행사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저작권계는 『배타적 권리를 인정하고 있는 현행 저작권법 체계로는 사용자와의 분쟁이 발생했을 때 정부의 중재역할이란 게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며 『MP3·인터넷방송·노래반주기 등 큰 파장을 몰고온 일련의 사태를 되짚어 본다면 이 기회에 저작권법을 개정, 저작자와 사용자, 그리고 위탁관리업자간의 이해관계를 조정할 수 있는 권한을 정부에 맡기는 조항의 신설을 신중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