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인상이 연 40일째 지속되면서 국내 컴퓨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달러에 대한 원화환율은 지난해 12월 11일 1183원에서 이달 16일 1283원까지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올랐다. 불과 한달 만에 무려 100원이 오를 만큼 급등했다. 최근들어 다소 안정적인 기미를 보이고 있긴 하지만 이러한 추세로 나가면 IMF한파 이후 3년 만에 처음으로 1300원대 돌파도 어렵지 않을 것 같다.
이에 따라 국산화율이 극히 낮은데다 해외부품 의존도가 높은 국내 컴퓨터업계가 제품의 원가상승 및 경쟁력 저하 등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수출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업체의 경우 수출신장을 기대하고 있으나 원화와 함께 엔화도 평가절하 되면서 일산 제품의 가격경쟁력에 눌려 해외시장 개척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컴퓨터업계가 환율급등에 따른 원가상승이 크게 작용하고 있으나 상대적으로 수출전략이 먹혀들지 않자 애를 태우고 있다.
◇PC업계=PC업체들은 제조원가상승 요인으로 직결될 고환율이 지속되자 당황하고 있다.
지난 한달 동안 1달러에 대한 환율 인상액은 무려 100원. PC의 수입부품 의존도가 70% 정도임을 감안할 때 100원의 환율인상은 PC가격에 15%의 인상효과를 준다.
PC의 판매마진이 불과 5%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환율인상의 위력을 실감 할 수 있다.
만약 이같은 환율기조가 올 연말까지 지속된다면 6조원으로 예측되는 국내 PC시장에서 PC업계는 9000억원 이상의 매출액 감소를 감수해야 한다.
환율인상에 따른 긴장도는 업계마다 다소 차이가 있다.
내수비중이 상대적으로 큰 삼성전자를 비롯해 중견PC업체, 인터넷PC 업체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최근 환율 대책반을 마련해 가동하는가 하면 부품 및 주변기기 재고파악에 나서는 등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그러나 환율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릴뿐 뚜렷한 묘안이 없어 고민하고 있다.
삼보컴퓨터와 해외시장 개척에 나선 일부 업체 중견업체의 경우 환율인상이 원가상승요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해외수출가격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고 다소 느긋해하고 있다.
그러나 환율인상이 수익성 확보나 가격경쟁력에서 결코 유리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환율변동 추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주변기기업체=부품국산화율이 높은 마우스나 키보드를 제외한 대부분의 주변기기업계는 제조원가상승으로 이어지자 이를 크게 우려하고 있다.
수입부품비중이 20∼40% 정도에 이르고 있는 그래픽카드의 경우 환율상승(달러당 100원 상승기준)에 따른 제조원가 상승분이 제품가의 3∼4% 수준에 이른다.
프린터와 스캐너는 소모품은 물론 각종 부품에 대한 수입의존도가 높아 향후 제품가격상승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한국HP와 롯데캐논은 올해초에 이미 소모품 가격을 10% 정도 인상했으며 대만산이 주종을 이루 있는 주기판도 가격도 크
게 올랐다.
저장장치업계의 경우 수출비중이 높아 환율상승에 따른 반사이익을 기대하고 있으나 경쟁관계인 일본 엔화의 약세로 수출주문이 기대만큼 이르지 못하고 있다.
주변기기업계가 전반적으로 환율상승에 대해 우려하고 있으나 마우스나 키보드업체는 수출경쟁력이 다소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부품 국산화율이 높고 중국에 위탁생산체제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신영복기자 ybshin@etnews.co.kr 장동준기자 yb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