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정부법은 현재 정부안인 「전자정부 구현을 위한 법률안」과 의원발의안인 「전자정부의 구현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 행자위에 계류중이다.
지난 연말 행자위는 의원발의안을 내놓은 이상희 의원과 정부안 당사자인 행자부 관계자를 불러 입법 취지를 청취하고 두 법안을 검토한 후 통합안을 내놓을 것을 요청했다. 두 법안이 몇몇 상반되는 조항을 빼고는 입법 취지나 성격이 유사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상반되는 조항이 추진 주체와 적용 범위에 해당하는 핵심 쟁점사안이라는 점에서 양측의 통합안이 쉽사리 나오지 않고 있다. 행자부 측에서 적용 범위와 몇몇 의원발의안의 법조항을 수용한 통합안을 만들어 내놓기는 했지만 이상희 의원 측은 추진 주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법안의 의미가 없다는 원론적인 주장을 펴고 있다. 따라서 현재는 뚜렷한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전자정부법의 입법화 논의는 3년여를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해묵은 과제다. 지난 98년 「전자정부구현정책기획단」을 이끌었던 여당인 민주당(당시 국민회의)의 김근태 의원은 전자정부 구현의 기반을 마련한다는 취지 아래 「전자정부구현특별법안」을 성안, 연내 법제화를 추진했다. 하지만 행자부와 정통부 등
정부 부처간 갈등과 김근태 의원의 뒷심 부족으로 법제화가 무산됐다.
지난 98년 10월 당시에는 기획예산위 산하에 별도의 「전자정부추진위원회」를 두자는 조항이 걸림돌로 작용했지만 이번과는 달리 여야 의원들이 모두 특별법인 전자정부법의 법제화에 한 목소리를 냈다. 당시의 전자정부법은 김근태 의원이 정부를 개혁한다는 취지에서 추진 체계에만 집착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후일담이지만 학계에서는 각 부처별 22개 전자정부 관련 분과위원회나 각종 추진기구의 통합을 우선적으로 추진했어야 했다는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여당에서는 전자정부구현정책기획단 위원장인 김근태 의원을 비롯해 정호선 의원 등이 참여했으며 야당인 한나라당에서는 이상희 의원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에 앞서 이들 의원은 전자정부입법포럼(위원장 황성돈 외대 교수)을 통해 전자정부법을 포함한 전자정부 구현을 위한 활동을 벌였다.
이 포럼은 전자정부법 문제가 다소 소강 상태에 접어든 99년에도 김근태·정호선·이상희 의원과 행자부·정통부·기획예산처의 담당관리 및 학계·연구소·법조계 인사들이 참여해 전자정부에 관한 단편적인 논의를 벌였으나 별다른 족적을 남기지 못했다.
지난해 들어서는 대통령이 전자정부 추진을 강력히 지시하고 행자부 또한 부처 중점추진 과제로 전자정부법의 연내 법제화를 공언하면서 본격적인 논의 단계로 재돌입했다. 지난 4월에는 행자부가 외국어대 황성돈 교수팀에 전자정부법 제정을 위한 용역사업을 의뢰하고 그 결과에 대해 분기마다 설명회를 가졌다. 설명회 참석자로는 학계·행자부 관료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국회에서는 이상희 의원만이 지난 7월 용역결과가 나올 때까지 거의 매번 참여하는 등 지속적인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용역안은 문서업무 감축에 관한 규정이나 전자서명에 관한 내용 등 원칙론적인 법안을 담았다는 이유로 수정과 보완이 이뤄졌다. 이 법안은 다시 정통부와 협의를 거치는 동안 다시 수정과 보완이 있었다. 행자부안에 포함됐던 전자정부추진체계에 관한 조항이 빠지고 전자서명에 관한 내용도 바뀌는 등 당초의 안이 대폭 수정됐다.
하지만 문제는 행자부가 지난 10월 초 입법예고한 직후. 이상희 의원이 10월 말 의원발의안을 마련, 곧바로 활동에 나섰기 때문이다. 정부는 행자부의 「전자정부 구현을 위한 법률안」을 정부안으로 제출했으며 이상희 의원은 의원발의안으로 「전자정부의 구현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내놓았다.
국회 운영위는 지난해 말 소관상위를 결국 행자위로 결정, 두 법안이 올라 있으나 통합안 마련이 어려운 상태다. 행자위는 현재 두 법안이 유사법안이라는 이유를 들어 양측에 통합안을 내놓을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양측의 입장이 엇갈려 좀체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정부안의 소관부처인 행자부에서 통합안을 내놓기는 했지만 국회 과기정위원장인 이상희 의원의 반대에 부딪쳐 있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