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8%에 달했던 세계경제 성장률이 올해는 3.9% 정도로 둔화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세계교역 증가율도 지난해 10.2%에서 올해는 7.7%대로 둔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권역별로는 미국과 일본·유럽 등 선진권과 중동지역 국가들의 수입신장률이 낮아지는 등 전반적인 세계교역 증가율 둔화로 올해는 국내 업체들의 수출전선에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세계시장 경기가 이처럼 악화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내 기업뿐만 아니라 외국 기업들도 모두 수출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국내 기업들이 무한경쟁 시대로 돌입한 세계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더이상 단순한 가격경쟁이나 품질제고에만 매달리기보다는 세계 각국의 기후 및 문화적·지역적 특성이나 교역환경 등에 대한 보다 철저한 분석을 통해 현지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을 적기에 개발, 공급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LG전자·삼성전자·대우전자 등 가전3사는 이같은 지역별 특성분석을 통해 현지 시장에 맞는 제품을 개발함으로써 세계 곳곳에서 혁혁한 수출확대 효과를 거두고 있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
LG전자(대표 구자홍)는 여름이 짧고 겨울이 긴 한대지역인 러시아 및 기온이 낮에는 영상 40도까지 올라갔다가도 밤에는 영하에 가깝게 떨어지는 중앙아시아 지역의 기후적 특성을 고려, 이들 지역을 사계절용 냉난방 겸용 에어컨으로 집중 공략함으로써 러시아에서는 시장진입 2년만에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라서고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또 멕시코에서는 쌀과 감자 등 멕시코인들에게 맞는 메뉴를 조리할 수 있는 기능을 별도로 개발해 내장하고 디스플레이에 나타나는 문자를 스페인어로 표기한데다 현지인들이 선호하는 파스텔톤 색상을 채용한 멕시코향 전자레인지를 출시함으로써 지난 97년 이래 줄곧 시장 점유율 1위를 지켜오고 있다.
LG전자는 특히 인도의 경우 전체 인구의 5%에 해당하는 부유층만이 완전평면TV 고객이라는 점에 착안, 현지 시장을 독식해온 소니 제품보다 높은 가격을 책정한 프리미엄 전략을 펼쳐 자사 제품의 가격과 품질이 소니에 비해 우월하다는 이미지를 심어줌으로써 인도 완전평면TV 시장의 40%를 점유하는 성과를 올렸다.
삼성전자(대표 윤종용)는 일본시장의 경우 다른 나라에 비해 소비자들의 브랜드 충실도가 높고 디자인과 색상에 민감하다는 점을 감안해 일본향 제품에 다양한 컬러를 입히고 비좁은 주택구조에 적합하도록 인테리어 기능을 강조한 패션제품을 개발, 대일 수출에 나섬으로써 현지에서 「인테리어에 적합한 제품」으로 선정될 정도로 높은 인기도를 얻고 있다.
또 환경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유럽시장 공략을 위해 지난해 유럽시장에 친환경 기능을 강조한 유럽향 벽걸이형 에어컨 26개 모델을 출시한데 힘입어 현지시장에서 당초 목표치를 50%나 상회하는 45만대를 판매하는 성과를 거뒀다.
삼성전자는 이밖에도 주방문화와 디자인 감각이 국내와는 판이하게 달라 그동안 진출이 어려웠던 영국 양문여닫이형 냉장고 시장에 현지 특성에 맞도록 디자인과 기능을 개선한 고급형 「지펠」 냉장고를 공급, 최고급 백화점인 헤롯백화점에 입점하는 성과를 거두며 현지 상류층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양문여닫이형 냉장고 시장 진출에 성공했다.
대우전자(대표 장기형)도 일본의 가옥구조를 고려해 작으면서도 소음이 적은 「미니밴」 냉장고로 일본시장에서 일산 및 중국산 제품을 제치고 소형 냉장고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영국에는 황실이미지를 주는 그린과 옐로 컬러의 냉장고를 수출, 30% 이상의 수출증가 효과를 거뒀다.
대우전자는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물을 귀하게 여기는 아랍민족의 특성을 반영해 「자물쇠 냉장고」를 개발, 출시함으로써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자물쇠가 달리지 않은 냉장고는 팔리지 않는 풍토를 조성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