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문화산업 10대 과제>6회-케이블TV 시장질서 확립

올 4월말께 이루어질 중계유선사업자의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전환을 앞두고 케이블TV 시장에 유례없는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방송위원회가 지난해말 전환 승인기준을 확정·발표함에 따라 1년간 승인이 유예됐던 1차 SO지역의 중계유선사업자들은 전환을 위한 사전 준비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번 전환에서는 SO구역별로 1개 사업자만을 승인한다는 원칙에 따라 최대 53개 중계유선의 전환이 가능하지만 실질적으로는 40여개 정도의 사업자가 SO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방송위가 중계유선의 SO전환을 승인하는 최대목표는 유선방송 시장의 「통합」을 통한 시장질서의 재정립이다.

현재 전국에는 2000년 6월말 기준으로 840여개의 중계유선방송사업자가 난립해있다. 이중 다수 지역에서는 난시청 해소라는 중계유선 태동 당시의 취지를 살리기보다 가입자 확보로 수익을 올리기 위한 불법행위 및 출혈경쟁이 성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방송위가 승인심사기준에서 재정 및 기술적 능력과 함께 「지역적·사회적·문화적 필요성과 타당성」 항목에 250점이라는 가장 높은 점수를 배정한 것도 지역내 통합이 어느 정도 실현됐는가를 평가하기 위해서다.

시청자 입장에서도 케이블TV의 시청기회가 확대된다는 점에서 이번 전환의 의미는 크다.

그러나 이처럼 긍정적인 의도에서 출발한 SO전환 승인이 시장에 몰고 올 부정적인 파장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 업계의 전반적인 견해이다.

이미 업계에는 승인 이전부터 SO전환과 관련한 갈등과 불만이 표출되고 있다.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은 SO지역내 가입자 비율 15%를 어떻게 정확히 산출해낼 것인가이다.

방송위는 1차적으로 신청 중계유선이 제출하는 세무관련 자료를 검토해 매출액을 평균 수신료로 나누어 산출한다는 방침이다. 이같은 방안이 여의치 않을 경우 가입자 실사에 나서는 등 철저한 심사를 다짐하고 있다. 문제는 15%에 조금 못미치는 중계유선들이 이를 맞추기 위해 갖은 편법을 동원, 수치를 부풀릴 가능성이다. 방송위는 이같은 눈속임을 막기 위해 전문기관에 의뢰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또 중계유선측은 승인 기회를 1회로 한정한 것과 지역내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모든 구역에서 승인 사업자를 1개로 획일화한 데 대해 끊임없이 이의를 제기하고 있어 이에 대한 불만을 어떻게 잠재울 것인가도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지역내에서 중계유선사업을 지속적으로 벌여온 사업자와 신규SO 진입을 방어하기 위해 기존SO가 중계유선사업자의 지분을 사들이는 사례도 적지않아 이를 둘러싼 사업자간 마찰도 예상된다.

무엇보다도 기존SO를 비롯한 업계 관계자들은 승인 과정의 잡음도 문제지만 중계유선의 SO전환 이후 나타날 수 있는 시장 질서의 혼란에 대해 우려를 금치 못하고 있다.

SO측은 중계유선사업자들이 지금까지 행해온 채널 초과운영, 홈쇼핑채널 운영, 무료가입자 유치 등 불법 및 파행 영업행위가 SO전환 이후 어떻게 근절될 것인가에 의구심을 품고 있다.

SO전환을 원하는 중계유선사업자들이 승인 유예기간 동안 불법행위를 계속 저질러왔기 때문이다.

그동안 1개 SO만이 존재했던 구역내에 또다른 SO가 등장할 경우 어떻게든 가입자 유치 경쟁이 벌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같은 상황에서 SO로 전환된 중계유선사업자들이 기존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초저가 케이블 티어링 채널 등을 내보낼 경우 시장 질서는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게 된다.

이에 맞대응해 SO들도 기본형 가입자보다는 싼 가격대의 티어링 가입자 유치에 집중하면서 공정한 시장 경쟁의 원칙이 침해당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될 경우 케이블 사업자들은 공멸의 길을 걷게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올 하반기 위성방송이 본격화되면 또다른 매체와 경쟁을 벌여야 하는 SO들로서는 제살깎아먹기식 경쟁보다 상생의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게다가 최근 프로그램공급업자(PP)와 SO측의 올해 프로그램 공급 계약이 단체협상을 통한 개별계약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전환 SO와 PP들간의 투명한 계약 체결도 난제로 떠오르고 있다.

기존 SO와 프로그램 공급계약을 체결하지 못한 PP들이 새롭게 등장한 SO에 싼 가격으로라도 프로그램을 내보내려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방송위는 승인신청서 평가시 「PP와의 공정한 수신료 배분」을 고려한다는 입장이지만 개별 사업자들간의 실제 계약에까지 관여할 수는 없어 논란의 소지를 남겨두고 있다.

전환 사업자와 기존 SO가 이같은 저가 티어링 채널 경쟁을 지속할 경우 결국 가입자들은 전반적인 프로그램의 수준 저하로 피해를 입게 된다.

SO로 전환되지 않고 남아있는 중계유선의 역무 구분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그동안 SO와 중계유선사업자는 양측의 역무가 혼선을 빚는 것과 관련해 끊임없이 분쟁을 일으켜왔다. 미전환 중계유선들이 방송법상 규정된 지상파방송 재전송 외에 케이블TV의 영역을 여전히 침범할 경우 시장 질서를 재확립하겠다는 당초 정책 취지는 빛을 발할 수밖에 없다.

업계에서는 방송위가 올 2월초 승인 신청을 받기 전까지 분쟁의 소지가 있는 각종 걸림돌들을 제거하는 것은 물론 전환 이후의 사후관리에 있어서도 감시의 고삐를 늦추지 말 것을 당부하고 있다.

방송위는 우선적으로 전환 이후 즉시 관련 청문회를 열어 전환 과정에서 부정적인 방법 등을 동원한 중계유선사업자들에게 책임을 묻는 한편 전환 사업자들을 지속적으로 감시한다는 방침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방송위의 행정적인 조율 능력도 중요하지만 지역내 기존SO와 신규SO가 집안 싸움을 벌이지 않고 어떻게 협력해나가느냐가 양측의 생존여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