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에어>설 미풍양속 보며 오붓한 연후를

해마다 설이 되면 친숙하게 접하는 풍경 중 하나가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여인들의 모습이다.

신세대에게는 「설빔」이니 「때때옷」이니 하는 말조차 어색하지만 한복이 지닌 단아하고 고상한 아름다움은 여전히 사그라지지 않는다.

우리 한복의 화려함이 극치를 이루는 것은 전통 혼례복. 설날을 맞아 OUN이 마련한 「한국의 전통 혼례복식(23일 12시)」은 우리옷의 우아함을 새삼 확인시켜주는 프로그램이다.

전통 혼례라고 드라마에 나오는 연지곤지 찍고 족두리를 쓴 수줍은 신부와 사모관대에 말을 탄 신랑만을 떠올린다면 오산이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지난해 운현궁에서 재연됐던 「고종 명성후 가례식」을 소개함으로써 조선시대 왕의 웅장했던 결혼 풍속도를 엿보는 한편, 사대부와 평민의 혼례의상이 어떻게 다른지도 조명한다. 다가올 봄, 화촉을 밝히고자 하는 예비 신랑신부들이 웨딩드레스 대신 전통 의상을 입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다.

옷뿐만이 아니다. 결혼식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폐백 음식이나 그 옛날 사돈댁에 정성스레 해 보냈던 이바지 음식 등 전통 혼례와 관련한 먹거리를 지역별로 나눠 선보인다.

김광균 시인의 딸로 잘 알려진 김은영 매듭장이 소개하는 혼례 장신구는 서양 보석이 흉내내지 못하는 장인혼과 아기자기함을 뽐낸다.

명절 때마다 성묘를 위해 귀성전쟁을 치르는 이들은 매일경제TV의 「설날특집 부동산 전망대-한국의 장묘문화(23일 오전 10시)」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묘를 잘 써야 후손에게 복이 된다」는 믿음이 변함 없는 진리로 이어져 내려오면서 많은 돈을 들여서라도 명당자리에 묘를 써야 한다는 것이 대부분의 의식이다.

이 때문에 해마다 여의도 면적의 1.3배에 달하는 국토가 묘지화되고 국토의 1%가 묘지인 것이 우리나라의 실정이다.

이 프로그램은 10년 이내에 묘지공급이 한계에 다다를 지경에 처한 국내 현실을 돌이켜보고 장묘 문화를 바꿀 것을 제안한다.

아름다운 조경을 겸비한 납골묘를 꾸며 70∼80%가 화장을 하고 고인이 그리울 때마다 1년에 몇 번이라도 묘지를 찾는 외국의 사례들이 비교 사례로 제시된다. 특히 전체 98%가 화장을 하는 가까운 이웃 일본의 문화가 우리와는 극명하게 대비된다.

전통혼례나 장묘문화와 달리 설 음식문화는 어느 나라든지 푸짐하고 넉넉한 것이 공통점.

요리채널인 채널F는 설날특집 「퓨전천국(23·24일 오후 9시)」에서 아시아 각국 중에서도 가장 풍성한 설 상차림을 자랑하는 중국의 설 음식조리법을 공개한다.

퓨전요리의 대가인 「밍 차이」가 쿠킹 호스트로 등장해 중국대륙의 풍미와 서양의 대중성이 절묘하게 결합된 설 요리를 선보인다.

「속을 채운 오리구이와 멜론」 「초콜릿 찹쌀경단」처럼 색다른 요리를 잘 배워뒀다가 명절 음식이 물리는 연휴 막바지에 해 먹으면서 휴일이 가는 아쉬움을 달래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