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준 한국마케팅여론조사협회 회장

지난 1992년 설립돼 국내 16개 여론조사업체들로 구성된 한국마케팅여론조사협회(KOSOMAR)가 18일 새로운 선장을 맞았다. 박영준 코리아리서치센터·리서치인터내셔날코리아 사장(56)이 그 주인공.

박 신임 협회장은 약 15년 동안 리서치 업계에서 한 우물을 파온 인물이다. 언제나 사람들의 속마음과 세상 만사의 흐름을 깊숙히 들여다보는 데 진력해 왔다. 이 때문인지 그의 취임 일성은 국내 리서치 환경을 나름대로 정확하게 꿰뚫고 있었다.

『해마다 여론조사업체들의 매출액이 30% 정도 늘고 있고 사회적 영향력 역시 커지고 있는 추세에 비춰볼 때, 올바른 조사를 하기 위한 리서치업계의 자성과 질적 향상이 무엇보다 시급합니다.』

그는 이를 위해서는 「협회윤리강령」을 업계 전체가 준수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말했다. 검증되지 않은 회사의 여론조사가 보도돼 여론조사 업계가 같이 매도당하는 일이 없도록 힘쓸 작정이다.

특히 박 회장이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새로운 디지털 경제환경으로의 변화에 따른 리서치 업계의 탈바꿈이다.

『인터넷의 확산으로 소비자 접근채널이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조사, 정보기술(IT) 흐름, 데이터베이스(DB) 등 세 가지를 통합·접목해야 할 필요성이 생겼습니다.』 그는 이와 관련해 조만간 고객관계관리(CRM)시스템 시장 진입을 위한 회원사간 공동사업도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유럽마케팅여론조사협회(ESOMAR)의 한국대표도 맡게 된 그는 『빠르게 변화해 가는 세계 리서치시장의 흐름을 파악하고 호흡을 맞추는 것이 중요한데, 이를 위한 상호교류가 협회를 통해서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일반 기업체를 운영하다가 1985년 세계적인 정보기술분야 리서치·조사기관인 IDC의 초대 한국지사장을 맡아 리서치 업계에 몸담았다. 사실 그가 이 분야에 뛰어들 당시와 비교해 보면 지금의 조사·리서치 환경은 많이 나아졌다.

『1980년대 후반에 리서치 사업을 하겠다고 하자, 「술 한잔 사주면 다 나오는 정보를 왜 큰돈 들여 사려고 애써 고생하느냐」며 많은 핀잔을 들었습니다. 지금도 국민들의 여론조사·리서치를 대하는 태도가 미성숙하다고 봅니다. 역사와 문화 탓도 있겠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속내를 있는 그대로 터놓는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습니다.』 「외유내강」형의 그가 예리한 눈으로 끄집어내어 국민에게 보여줄 마케팅 여론조사 결과들이 궁금해 진다.

<글=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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