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소자와 장비의 개발에 막대하게 들어가는 투자부담을 줄이고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여러 나라의 장비업체가 연합, 제품을 공동 개발하고 판매하는 다국적 협력체제 구축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18일 한국의 일진엔지니어링을 비롯해 일본의 제일공업, 대만의 플로시스 등 반도체 장비업체들은 차세대 300㎜ 웨이퍼 클린룸(모델명 e-friend 300)을 공동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들 회사는 지난해 10월 「아시아 e프렌드 그룹(Asia e-friend Group)」을 결성하고 일본 제일공업은 설계와 디자인, 한국 일진엔지니어링은 기계제작과 구조기술, 대만 플로시스는 제어부문 등을 각각 분담, 300㎜ 웨이퍼 클린룸을 개발하고 공동 브랜드로 판매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미국의 인텔·AMD·모토로라, 독일의 인피니온, 네덜란드의 리소그래피 등 3개국 반도체 소자 및 장비 업체들은 지난해말 차세대 반도체 장비를 개발키로 합의했다.
이들 회사가 개발할 장비는 수백개의 원자가 움직일 수 있는 초극세 회로를 집적할 수 있는 미래형 장비로 알려졌으며 오는 4월께 공개될 예정이다.
또 화인반도체기술·케이씨텍 등 국내 반도체 장비업체와 일본 동경일렉트론(TEL), 미국 램리서치, 싱가포르의 장비업체인 헤르메스에피텍 등 4개국 장비업체들은 「알레그로 매뉴팩처링(Allegro Manufacturing) PTE」사를 설립한다.
이 합작법인은 장비조립·실험검사·유지보수 등의 독자적인 서비스와 아울러 참여업체들의 원자재 공동조달과 공용부품 개발은 물론 향후 반도체장비도 공동개발할 예정이다.
이처럼 다국적 협력이 활발한 것은 차세대 반도체나 장비를 개발하는 데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돼 업체 단독 또는 한두 업체가 연합하는 형태로는 개발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나라별로 여러 반도체 기술이 융합되는 환경속에서 나라마다 특장점을 가진 기술을 접목시켜 급변하는 기술환경에 대응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번에 300㎜ 웨이퍼 클린룸 공동개발에 참여한 일진엔지니어링 이재천 대표는 『3개국의 강점을 살려 제품을 공동 개발함으로써 개발비용과 기간을 3분의 2나 줄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가중되는 투자부담, 복잡해지는 기술환경으로 나라구분 없는 협력이 앞으로 더욱 활발해질 것』이라면서 『전문분야별로 상위권 업체들끼리 하면 이러한 협력에 끼지 못해 업체간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