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 10일 전격적으로 통합을 발표한 아메리카온라인(AOL)과 타임워너가 최근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로부터 조건부기는 하지만 합병승인을 얻어 「하나」가 되기 위한 마지막 관문을 통과했다. AOL타임워너는 이로써 총규모 3500억달러, 매출액 300억달러라는 초거대 미디어·통신회사로 거듭나게 됐다.
양사의 합병에는 타임워너가 가진 미디어·오락·뉴스 제공업체로서의 높은 브랜드 인지도와 함께 높은 기술 수준의 브로드밴드시스템을 AOL이 지니고 있는 인터넷 프랜차이즈, 기술 및 인프라, 세계 최대 온라인서비스업체로서의 브랜드, e커머스 기능 등과 결합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신 사건에 대해 신속한 분석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커런트애널리시스(Current Analysis http://www.currentanalysis.com)가 최근 발행한 최신 보고서를 중심으로 AOL타임워너의 합병을 분석했다.
◇초거대 미디어 공룡의 탄생
AOL과 타임워너가 합병을 완료, 1년간의 진통 끝에 마침내 초거대 인터넷 미디어 통신회사로 탄생했다. AOL타임워너는 급속히 통합돼가는 미디어 플랫폼들을 기반으로 오락과 뉴스서비스를 제공하는 다국적기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합병으로 AOL타임워너의 사업 범위는 양방향서비스·케이블시스템·출판·음반·케이블 네트워크·영화 등까지 포괄하게 됐다. 이 회사는 이르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부터는 다양한 신종 서비스를 TV·컴퓨터·정보기기 등을 통해 일반인들에게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FCC는 연방거래위원회(FTC)의 승인 조건에 따라 AOL타임워너가 자사의 케이블 시스템을 경쟁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ISP)에 개방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또한 AOL타임워너는 AOL 협력회사와 경쟁회사를 차별하지 않는 방식으로 고객이 ISP를 선택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하며 ISP에는 고속 인터넷 접속 서비스에 가입한 가입자에게 직접 요금을 청구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는 명령을 받았다.
이와함께 AOL타임워너는 ISP가 FCC에 계약 조건을 공개하지 못하도록 규정하는 어떤 계약도 ISP와 맺을 수 없게 돼있다.
다만 FCC는 AOL의 메시징 서비스에 대해 표준을 지정하지 않았지만, AOL타임워너가 다른 업체와 함께 표준을 지정하는 작업을 할 것을 요구하지 않았다.
현재로서는 AOL과 타임워너의 합병은 성공가도를 달릴 것으로 보이며 갓 태어난 AOL타임워너는 곧 관련 시장에서 제1위의 업체로 도약할 될 것이다.
이번 합병은 콘텐츠 자원과 신기술 분산 채널이 통합되기 때문에 벤더들에게도 호기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함께 합병으로 거대한 공룡기업이 탄생하기 때문에 경쟁사들이 긴장하는 등 인터넷 서비스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번 거래는 해당 분야에서 최고 영역의 합병을 의미한다. 즉, AOL이 보유한 강력한 ISP들(최근 회원이 2700만명 돌파)과 타임워너가 보유한 광범위한 케이블TV 인프라 및 오락 콘텐츠(전세계적으로 강력한 영향력을 지님)의 결합이라고 볼 수 있다.
AOL타임워너는 네트워크 서비스, 인터넷 서비스, 콘텐츠를 결합한 소비자 중심의 최강자가 될 것이 유력시된다.
합병사의 장점은 무한하다. AOL만으로도 이미 다이얼업 인터넷 액세스 시장에서는 무적의 존재다. 경쟁사들에 비해 수십배가 넘는 가입자들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타임워너의 미디어 및 오락 콘텐츠가 AOL의 소비자 중심의 가입자 기반과 절묘한 궁합을 이루고 있다. 따라서 AOL은 다이얼업 서비스와 AOL플러스(AOL Plus)라는 브로드밴드 서비스를 타임워너의 1300만 고객에게 제공하는 등 타임워너의 막대한 채널을 활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AOL타임워너는 미디어, 오락, 통신, 인터넷 산업의 통합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며 브랜드, 서비스, 기술 분야에서 엄청난 영향력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이제 AOL타임워너는 가입자, 전송 시스템, 잡지는 물론 TV 콘텐츠까지 보유하게 되었다. 이는 광고업체들과 경쟁할 수 있는 인터넷을 창출하게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AOL타임워너는 규모가 크기 때문에 주문형 서비스와 대중 소비자를 위한 신기술도 개척하고 육성할 수 있게 되었다. AOL은 현재 인스턴트 메시징 서비스(IMS:Instant Messaging Service)로서 AIM과 ICQ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 서비스는 무료로 제공되며 현재 AOL 가입자가 아닌 이용자도 이용할 수 있다. 합병 덕택에 AOL타임워너는 스트리밍 비디오 같은 고급, 인스턴트 메시징 기반의 고속 서비스 시장에서도 선발업체로서의 이점을 누릴 수도 있게 됐다.
하지만 AOL타임워너가 해외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와 서비스를 더욱 강화하려면 전세계적으로 영향력을 확대해야 할 필요가 있다.
또 다소 구시대의 느낌이 드는 타임워너가 AOL이라는 빠르게 성장하는 브랜드와 합치면서 관리 및 운영면에서 문화적 충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양사 임직원들이 이질적 기업문화를 극복하고 화학적 결합을 이루기까지에는 상당한 진통이 따를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합병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후속 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AOL타임워너는 시장의 경계를 넘어 브랜드 인지도를 더욱 강력하게 만들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AOL은 사용자에게 무료로 네트워크 드라이브 공간을 제공하는 웹 호스팅 서비스를 잠깐 제공한 적이 있다. 이제는 기업을 대상으로 좀 더 본격적인 웹 호스팅 서비스를 확대해야 하고 ASP 서비스에도 준비해야 한다.
AOL타임워너는 콘텐츠 분산 기술을 더욱 확대해 이 분야에서 선두업체로서의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AOL타임워너가 보유한 콘텐츠 자원의 가치를 고려할 때, AOL타임워너의 이런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AOL타임워너의 모든 경쟁사들은 지금까지의 협력관계와 전략을 재평가해 앞으로
도 AOL타임워너와 계속 경쟁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AOL타임워너라는 골리앗에 대항하는 다윗들에게는 기회가 있지만, 이를 위해서는 골리앗에 대항하기 위한 무기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아카미(Akami)같은 경쟁사들은 시장에서 자신들의 위상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추가로 콘텐츠 협력을 맺는 방법을 생각할수 있다. 더 나아가 아카미는 AOL타임워너가 자사를 콘텐츠 제공업체로 지정하도록 하는 것까지도 고려해야 한다.
이번 합병은 앞서 발표된 통신시장에서의 합병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이번 AOL과 타임워너의 합병은 네트워크 서비스 분야의 최강자와 미디어 제국의 결합이기 때문에 그동안 있었던 어떤 합병보다 중요하다.
다른 합병을 보면 네트워크 서비스의 확대, 규모의 경제(생산규모가 증대함에 따라 생산비에 비해 생산량이 보다 크게 증가함으로써 생기는 경제적 이익) 실현, 지리적 범위의 확대 등을 위해 단지 네트워크 서비스 업체들이 서로 병합하는 것
에 불과했다.
예를 들어 AT&T의 TCI와 미디어원(MedaOne)의 인수는 AT&T가 이들의 케이블TV 인프라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액세스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일 뿐이다.
이 합병에서 콘텐츠에 대한 고려는 없었다. 이로써 AT&T는 최소한 소비자 기반은 확보하게 되었지만, 소비자에게 제공할 브로드밴드 서비스도 없고, 매력적인 콘텐츠도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MCI월드콤 및 스프린트같은 IXC(IntereXchange Carrier)들은 이제 AOL 타임워너에 비해 두단계나 처지게 됐다.
하지만 AOL타임워너의 합병이 비록 절차상으로는 끝났지만 아직 완전히 완료됐다고 보는 것은 시기상조일 수도 있다. 이번 합병은 고객 중심의 사업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한 기초를 마련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커런트애널리시스는 AOL타임워너가 시설을 갖춘 DSL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 등
을 대상으로 추가 인수에 나설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AOL타임터너에 대해 장밋빛 예측이 쏟아지고는 있지만, 이번 합병에서 한가지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한 것이 있다. 즉 아직 AOL타임워너는 인터넷업체가 기존 미디어 콘텐츠, 뉴스, 정보를 인터넷에 맞게 즉시 전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AOL타임워너에 가장 어려운 점은 타임워너의 기존 콘텐츠를 AOL의 인터넷 공간에 맞춰 어떻게 제공느냐다.
AOL타임워너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가에 따라 합병이 성공했는지 실패했는지 판가름날 것이다.
<정리=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