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무원의 건강생활부문은 연매출 900억원을 올리는 건강식품분야 국내 최대업체다. 그러나 이 회사에는 최근 e비즈니스의 대명사로 떠오르는 「e마켓플레이스」나 「공급망관리(SCM)」가 전혀 구축돼 있지 않다. 김세윤 전략기획 실장은 『우리 사업의 특성을 고려한 「선택과 집중」의 문제였을 뿐』이라고 그 이유를 밝힌다. 풀무원생활 등이 소속돼 있는 건강생활부문은 풀무원레이디(PL)로 불리는 방문판매원을 주축으로 한 건강보조식품·화장품·다이어트식품 판매가 매출의 절대액을 차지한다. 따라서 여성층 고객관리를 위한 eCRM(고객관계관리) 구축에 이 회사 e비즈니스의 화력이 집중돼 있다.
이처럼 기업의 e비즈니스화는 기존 산업구조의 특성에 맞게 추진해야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지난 한해동안 e마켓플레이스 구축이 가장 활발했던 섬유산업분야는 「e마켓 복마전」을 연상케하고 있다. 일선 섬유제조업체 한 관계자는 『이 분야 e비즈니스는 섬산연서 추진중인 「신속대응시스템(QR)」 정도면 충분하다고 본다』며 『종업원 5∼10인 정도의 영세업체가 대부분인 섬유업종의 특성상 e마켓플레이스니 전사적자원관리(ERP)·전자문서교환(EDI)이니 하는 말은 공염불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내 5만 섬유제조업체중 중소기업 비중은 85%에 달한다. 이들 업체는 사장을 비롯, 종업원 대다수가 전자상거래는 커녕 PC조작 자체도 어려운 실정이다. 이들에게 온라인 경매나 e카탈로그 제작 등은 부담스럽다. 이보다는 인터넷을 통한 원단 공동 판·구매, 땡처리물건 처리 등이 접근하기 수월하다.
일선업체의 수익에 직결되는 「체감 서비스」부터 하나씩 실천해 나가는 것이 e비즈니스화의 지름길인 셈이다.
얼마전까지 세계적인 화학 B2B업체중 하나로 손꼽히던 벤트로사는 최근 화학분야 e마켓플레이스 사업을 중단했다. 화학 e마켓플레이스는 폴리에틸렌(PE)·염화비닐수지(PVC)와 같은 범용 제품의 국제 표준화, 다수의 공급·수요업체 포진 등의 이유로 「장밋빛 미래」를 보장받았던 사업이다. 하지만 제약·석유·가스·전기 등 타산업 분야와 복잡한 연계양상, 제품에 따라 상이한 경쟁관계와 같은 화학산업 특성을 간과한 것이 실패의 원인이었다. 폴리머스넷의 진양석 사장은 『e마켓이 내세우는 거래단가의 현실화는 일선업체에 그다지 매력적인 조건이 못된다』며 『물건이 대량으로 오가는 화학분야 거래에 특화된 금융·물류 등 제3자 서비스를 어떻게 지원해주느냐에 화학 e마켓의 사활이 걸렸다』고 말했다.
반면 조선·철강산업처럼 가치사슬구조상 제조업체가 차지하는 힘이 막강할 경우 업계 공동의 e마켓보다는 해당업체의 이익을 극대화시켜주는 소수의 사별 e마켓이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전통산업의 e비즈니스는 기확보된 오프라인 핵심역량의 강화에 집중해야 하는 만큼 해당 산업별·업종별 특성에 따라 차별화된 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를 위해서는 일선 제조업체는 물론 e마켓플레이스 업체 등 관련 서비스 제공업체의 해당산업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그에 따른 접근이 선행돼야 한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