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보 조직개편의 배경과 전망

삼보그룹이 구상중인 인사와 대대적인 조직개편은 e비즈니스를 본격 가동하기 위한 기반 마련으로 해석된다.

특히 삼보의 핵심기업인 삼보컴퓨터·나래앤컴퍼니·두루넷의 지난해 사업이 만족스럽지 못함에 따라 삼보가 1년간 유지해온 전문경영인 체제를 버리는 대신 이용태 회장의 두 아들인 「홍순·홍선」을 중심으로 한 강력한 친정체제를 구축하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우선 삼보컴퓨터는 e비즈니스에서 이렇다할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 이홍순 부회장이 다른 국내 그룹의 2세 경영진과 어깨를 겨눌 수 있는 기반은 마련했으나 정작 삼보컴퓨터만의 독자적인 인터넷 사업기반은 마련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특히 지난해 말 단행한 조직개편 역시 정철 사장을 내세운 인터넷사업본부가 이렇다할 결실을 내지 못한 후속조치로 받아들여진다. 삼보컴퓨터는 이홍순 부회장이 직접 조직을 관리하면서 유보했던 B2B e마켓플레이스 구축사업을 재가동키로 해 올해 삼보컴퓨터 자체 e비즈니스가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두루넷은 지난해 「국내 최초의 나스닥 직상장 1호」에 이어 「코리아닷컴 도메인 확보와 대형 종합포털 가동」이라는 빅뉴스를 만들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으나 심각한 자금난으로 인해 모기업인 삼보컴퓨터로부터 5000억원을 긴급 수혈받는 등 최악의 위기에 봉착했다.

삼보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이용태 회장은 삼보컴퓨터 초기부터 자금을 담당해온 핵심 임원을 두루넷에 급파, 내부 감사를 실시했으며 김종길 사장을 비롯한 임원진 교체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은 이때 확정됐다.

이홍선 소프트뱅크코리아 사장의 두루넷 사장 겸직은 겉으로는 최근 일본 소프트뱅크로부터 1억달러를 투자받으며 4명의 사외이사를 파견한다는 합의사항에 따른 후속조치지만 두루넷을 지금 상태로 둘 수 없다는 심각한 위기의식으로부터 출발했다는 평가다. 특히 지금은 수익을 올리지 못하지만 초고속인터넷 서비스가 「장기전」인 만큼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중심으로 끝까지 끌고 간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무선호출사업자에서 인터넷사업형 지주회사로 변신한 나래앤컴퍼니의 구조조정은 앞의 두 기업 같은 사업실패라기보다는 삼보그룹의 e비즈니스를 위해 전략적 포지셔닝을 새롭게 가져간다는 의미로 비춰진다.

물론 일부 사업은 정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사업형 지주회사로서 삼보컴퓨터의 PC를 판매하는 온라인 창구(겟PC) 마련에 성공했다. 또 나래이동통신 시절부터 유지해온 안정적인 현금 가동력을 바탕으로 벤처투자에도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나래앤컴퍼니가 순수한 투자를 전담하는 금융지주회사로 변신함에 따라 삼보그룹의 e비즈니스에 필요한 솔루션 및 콘텐츠 분야의 벤처 발굴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이번 삼보그룹의 대대적인 인사 이동 및 조직개편에 대해 e비즈니스를 위한 삼보의 행보가 구체화되는 전초전으로 해석한다. 특히 삼보컴퓨터는 이홍순 부회장이 2세 경영진의 한 축을 형성하는 데 성공함에 따라 올해 본격격인 e비즈니스를 바탕으로 그룹사 가운데 IT분야 전문영역의 한 축을 맡아 그룹 위상을 한 단계 올릴 수 있는 조건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