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통신장비 회사, 벤더 파이낸싱 맞불

다국적기업의 벤더파이낸싱 공세로 힘들여 개발한 제품마저도 판로개척에 어려움을 겪어온 삼성전자·LG전자 등 국내 대기업들이 뒤늦게나마 벤더파이낸싱을 전면 도입키로 하는 등 시장 되찾기에 나섰다.

이는 최근 다국적기업들이 대내외적인 시장환경 변화에 따라 벤더파이낸싱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지난해 체결한 벤더파이낸싱 계약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적용되는 등 국내 업체들에는 더욱 어려운 내수판매 환경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말 하나로통신과 온세통신에 벤더파이낸싱을 국내 업체로는 처음으로 적용, 케이블모뎀 수주에 성공한 데 힘입어 올해는 기간통신장비 분야로 벤더파이낸싱을 대폭 확대키로 했다.

삼성전자가 벤더파이낸싱을 도입키로 한 품목은 비동기전송모드(ATM)교환기, ADSL집선장비(DSLAM), 동기식디지털계위(SDH) 및 고밀도파장분할다중화(DWDM)장비, 광가입자망장비(FLC) 등 인터넷망에 필수적인 기간통신장비다.

이 회사는 우선 자체 자금으로 진행하되 금융권을 통해 진행하는 것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대다수 다국적기업들이 국내 통신사업자와 벤더파이낸싱 계약을 체결, 통신사업자들이 올해 구매할 상당 물량을 선점한 상황』이라며 『벤더파이낸싱을 도입하지 않고서는 올해 내수판매가 악화될 것이 예상돼 벤더파이낸싱을 도입키로 했다』고 밝혔다.

LG전자도 올해부터 벤더파이낸싱을 적극 추진키로 했다. LG전자는 지난해말 벤더파이낸싱을 위한 품목선정, 은행권과 금리검토 등 세부 항목에 대한 조율을 마친 상태며 현재 그룹과 최종 의견조정에 들어갔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벤더파이낸싱을 도입하지 않고서는 내수판매가 힘들다는 의견이 팽배해 그룹에서도 긍정적으로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는 삼성전자와 마찬가지로 광전송장비, ATM교환기, FLC, DSLAM 등 다국적기업이 벤더파이낸싱을 추진한 품목에 우선적으로 이를 적용할 계획이며 조건이 맞다면 국내 모든 통신사업자에게 문호를 개방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벤더파이낸싱을 위해서는 통신사업자와 은행권이 금리 등을 협의해야 하기 때문에 실제 적용시점은 2·4분기부터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시스코, 루슨트, 모토로라 등 다국적 통신장비 업체가 국내 통신사업자에게 제공키로 한 벤더파이낸싱 규모는 약 5억달러로 추정되고 있으며 계약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알카텔을 포함하면 7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