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통계지표로 딱 떨어지진 않지만 우리나라 공기업이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가히 5대 그룹에 버금갈 만하다. 토지공사·주택공사·가스공사·포철·한전 등 이름만 들어도 거대한 연간 발주물량을 짐작할 수 있는 기업들이다. 이들 공기업에 대해 최근 정부차원에서 공공부문 혁신의 일환으로 경영개선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한가지 놀라운 사실이 발견됐다. 기업정보화지원센터가 지난해 21개 공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사외이사 중 정보화전문가는 단 한명도 없었다는 것이다. 대부분 공기업의 최고경영자(CEO)가 관급출신의 낙하산 인사라는 점을 감안할 때 적어도 이들에게는 「e비즈니스경영」이 요원한 실체라는 점을 부정하기 힘든 현실이다.
e비즈니스가 기존 경영패러다임의 혁신을 수반해야 한다는 점에서 경영층의 변화는 곧 실천으로 이어질 수 있는 열쇠라는 지적이다.
◇기본은 갖추자 =현재 8만여개 국내 중소기업 가운데 인터넷 홈페이지를 갖고 있는 곳은 얼마나 될까. 중기청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불과 7.5%인 6000개 정도에 그친다. 최근에는 개인도 유행처럼 자신의 홈페이지를 개설하지만 중소기업들의 인터넷 적응도는 열악하다 못해 한심한 형편이다. 중기청 관계자는 『요즘에는 홈페이지를 대신 구축해주는 사이트도 다수 있다』면서 『홈페이지조차 없다는 것은 경영진의 기본적인 인식이 e비즈니스와 동떨어져 있다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부화뇌동은 금물 =닷컴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던 지난 99년 하반기 한때 오프라인 기업의 CEO들에게는 심각한 고민이 있었다. 주가관리나 대외 이미지 측면에서 「온라인간판」이라도 달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인식 때문이었다. 서로 눈치만 보며 남이 투자하면 따라하는 식의 분위기가 팽배했던 시기였다. 하지만 불과 1년새 상황은 급변했다. 그래도 실제 수익이 나는 사업은 전통적인 제조업이라며 온라인에 내비쳤던 관심이 쑥 들어가버린 것이다. 연세대 임춘성 교수는 『CEO는 시대 변화를 재빨리 파악해 민첩하게 대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유행에 민감하게 편승해서는 안된다』면서 『자사 핵심역량에 걸맞은 e비즈니스 전략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지식보강 =수년전부터 「지식경영」 열풍이 불어닥치면서 분위기는 고무됐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CEO들에게는 뜬구름 잡는 구호에 그치는 실정이다. 기업경영의 방향키를 쥐고 있는 CEO들조차 무지하기 때문이다. 인터넷가치평가 전문기업인 비즈아이닷컴 이현국 사장은 『자사의 핵심역량을 효율화하고 온라인과 접목할 수 있는 지식을 갖춘 CEO가 극히 드문 상황』이라며 『장기간에 걸쳐 조직·사업혁신을 추진해야 하는 e비즈니스 전략이 단기수익을 가져다줄 것처럼 오도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CEO들의 지식보강을 위해 인터넷 실용교육이나 친목교류 성격의 교육프로그램도 확충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임춘성 교수는 『e비즈니스는 현장 위주의 실무교육으로 확산될 필요가 있다』면서 『CEO들도 학습하는 자세로 자기혁신이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각적인 지원채널 활용 =국내 중소기업인 모 천일염 제조회사는 최근 색상이 가미된 신제품을 출시하고도 마케팅방법을 몰라 속을 태우고 있었다. 고심하던 이 회사가 찾아낸 수단은 인터넷경매 전문업체인 옥션. 일정량을 마케팅투자로 내놓아 옥션에서 거래를 유도했던 이 회사는 다행히 옥션 참여기업들로부터 대단한 호응을 얻었다. 오프라인이 온라인의 협조를 받은 성공담인 셈이다. 『e비즈니스가 실천전략이 되기 위해서는 혼자서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수없이 등장하고 있는 비즈니스모델과의 접합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대목이다. 특히 빡빡한 업무부담에 시달리는 CEO들은 지속적인 지식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외부 전문가와의 상시 접촉채널을 마련하는 것도 적극 고려할 만한 대안이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