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조지 부시 전 텍사스주지사가 미국 제43대 대통령으로 취임함에 따라 지난 선거에서 그를 지원했던 정보기술(IT) 분야 첨단 산업 관련 인사들이 미국의 경제 정책 수립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새로운 실력자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 서부지역 여론을 선도하는 샌프란시스코크로니클과 머큐리뉴스 등 주요 언론들은 이번 선거에서 부시를 밀었던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한 「하이테크 사단」이 부시 행정부의 신경제 건설을 위한 정책 수립은 물론 핵심인력 추천까지 깊숙하게 관여하는 등 새로운 「파워 그룹」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샌프란시스코크로니클(http://www.sfgate.com/chronicle)은 넷스케이프의 전 최고경영자(CEO) 짐 박스데일을 비롯해 마이클 델 회장(델컴퓨터), 존 체임버스 CEO(시스코시스템스), 그리고 불과 몇달 전까지만 해도 무명의 인터넷 마케팅 회사였던 클릭액션의 그레고리 슬레이턴 CEO 등이 각각 이번 선거에서 부시 후보가 당선된 후 하루아침에 막후 실력자로 부각되면서 최근 주가가 하늘로 치솟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 중에 지난 90년대 후반 미국 인터넷 투자 붐을 일으켰던 넷스케이프의 전 CEO를 역임한 후 최근 벤처캐피털리스트로 변신한 짐 박스데일은 실리콘밸리와 워싱턴 정계를 잇는 핵심 고리 역할을 담당할 막후 실력자로 벌써부터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박스데일은 자신의 이름을 딴 박스데일그룹(http://www.barksdalegroup.com)이라는 인터넷 투자회사를 운영하면서 실리콘밸리 첨단기술업체들을 위한 로비단체 테크넷(TechNet)을 설립해 오랫동안 CEO를 맡는 등 이미 미국 첨단산업계에 탄탄한 인맥을 구축해놓고 있다.
박스데일은 또 최근 정보기술 「싱크탱크」로 통하는 인터넷정책위원회(IPI)의 공동 의장직을 맡아 워싱턴에서도 활동 반경을 꾸준하게 넓히고 있어 앞으로 어떤 형태로든 부시 행정부에서 요직을 맡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미 그와 가까운 미시간주 상원의원(공화) 에이브러햄이 에너지부 장관으로 발탁된 데 이어 워싱턴 하원의원을 지낸 릭 화이트(공화)를 최근 테크넷의 CEO로 끌어들인 데서도 박스데일의 뛰어난 로비 능력을 가늠해볼 수 있다.
박스데일에는 조금 못미치지만 클라이너퍼킨스의 파트너로 활약하는 벤처캐피털리스트 플로이드 크밤메와 박스데일과 함께 테크넷의 공동 CEO를 맡았던 레즐리 웨스틴 등도 각각 지난 선거에서 공헌한 것을 인정받아 곧 요직을 맡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막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인물로 거론되고 있다.
온라인 마케팅 회사인 클릭액션의 그레고리 슬레이턴 CEO의 변신은 더욱 극적이다. 그는 우연히 부시 진영의 온라인 선거운동 본부장을 맡았다가 부시가 당선된 후 하루아침에 워싱턴 정가에서도 알아주는 유명인사로 신분이 180도 바뀌었다. 그동안 공화당의 실력자들과 돈독한 「휴먼 네트워크」를 맺은 것이 부시가 당선된 후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관련기사 25면
앞으로 슬레이턴 CEO의 비상은 이미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최근 부시 대통령이 선거 후 처음으로 미국 주요 IT기업인들을 텍사스로 초청해 오스틴대학에서 개최했던 「경제정책간담회」에서도 그는 언제나 문제의 핵심을 꿰뚫는 발언을 쏟아내 매스컴의 집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미국 「신경제의 고향」 실리콘밸리를 주무대로 삼고 있는 신문 머큐리뉴스(http://www.mercurycenter.com)는 『이러한 행사를 처음 제안했던 슬레이턴 CEO가 최종 연출까지 사실상 혼자 처리했다』고 높이 평가했다.
이번 행사는 또 존 체임버스 CEO를 비롯해 스티브 케이스 회장(AOL·현 AOL-타임워너 이사회 의장), 칼리 피오리나 CEO(HP), 마이클 델 회장, 루이 거스너 회장(IBM) 등 최근 미국 IT업계를 주름 잡는 스타 경영자가 30여명이나 대거 참석했다는 점에서도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뉴욕타임스(http://www.nyt.com)를 비롯한 미국의 주요 언론들이 「미국 경제에서 IT관련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것을 내외에 과시한 행사였다」고 평가하며 토론내용까지 자세하게 소개했다.
존 체임버스 CEO는 『하이테크 업계에 몸담고 있는 우리들은 어떤 반대급부도 바라지 않는다』며 『우리는 교육개혁과 경제 활성화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스티브 케이스 회장도 『우리는 부시의 경제정책을 지지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여기 왔다』고 말해 「AOL-타임워너 합병 승인과 관련해 모종의 로비 의혹을 제기하는」 언론의 인터뷰 요청을 원천 봉쇄했다. 그러나 지난해 벽두 발표돼 1년여를 끌었던 AOL-타임워너 합병은 부시 대통령과의 간담회를 가진 지 불과 1∼2주만에 FCC의 승인을 받아냈다. 부시 당선과 함께 그를 지지했던 실리콘밸리의 많은 하이테크 기업인들도 전리품을 한몫 단단히 챙기고 있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