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행정부 출범에 따른 국내 IT산업 영향 진단

보수적 색채를 띠고 있는 부시 행정부가 출범하더라도 통신 등 IT부문을 둘러싼 한미 관계에는 커다란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측된다.

◇ 통신시장=WTO체제 출범 당시만해도 통신시장 개방문제를 놓고 한국과 미국 정부간에 상당한 시각차를 노출했으나 97년말 이뤄진 IMF체제 이후 상황은 급변했다. 한국 정부가 IMF 이후 외자유치문제를 해결하자는 차원에서 통신시장 개방을 대대적으로 단행한 것이다.

국가기간통신사업자인 한국통신조차 외국인 지분율을 98년 33%로 확대한 이후 지난해말에는 49%로까지 확대했고 완전민영화계획을 발표했다.

자주 마찰을 일으키던 국내 통신장비시장 개방문제도 최근 몇년간은 아무런 잡음이 없는 상태다. 지난해 미국과 일본 사이에서 갈등을 빚었던 시내전화 가입자망 개방 및 상호접속 역시 별정통신 및 부가통신시장 전면개방이 단행돼 갈등요인은 별로 없는 상태다.

OECD조차도 지난해말 제출한 보고서에서 한국의 통신시장 개방과 관련, 한국통신의 분리를 언급했을 뿐 별다른 지적을 하지 못했다.

◇ IT부문=IT부문 역시 마찬가지다. 98년 정부의 벤처산업 육성정책에 힘입어 국내 IT산업은 미국 선진장비업체 및 솔루션기업들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이뤄진 정보통신부와 미국 FCC간 열린 「한미통신협상」은 통신 및 IT부문에 대한 한미간 우호적인 관계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정통부 관계자는 『대선기간중 이뤄진 당시 협상에서 미국측 회의 참석자들은 디지털 디바이드 해소대책이나 e커머스를 둘러싼 법제도 및 조세문제에 대한 전반적인 의견을 교환했을 뿐이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미국측이 관심을 갖고 접근한 지적재산권 문제 역시 『한국은 상당한 수준에 오른 상태라고 설명했다』고 전하고 있다.

한미간 현안으로 떠오른 CDMA 기반의 동기식 IMT2000서비스 도입문제 역시 별다른 현안이 되지 못할 전망이다. 한국과 미국의 정부·기업간 협력관계가 공고한 상태이 때문이다.

국내 전문가들은 부시 행정부의 출범은 장기적으로 미국과 IT부문 기술격차를 줄이는 기회도 제공할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미 IT산업 발전의 최대 공로자인 민주당이 물러나면서 닷컴기업에 대한 부시 행정부의 지원은 약화되고 이른바 「굴뚝산업」에 대한 지원이 경제정책의 중심에 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차세대 주력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는 생명공학(BT)분야에서 기술격차를 줄일 수 있다면 아시아 역내 경제의 주도권을 잡고 미국 경제의 장기불황에도 대비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 통상부문=통상부문에서는 국내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쳐놓은 수입장벽을 제거하기 위한 통상압력이 거세질 것으로 관측된다. 부시 행정부는 표면적으로 자유무역 확대를 공언하고 있으나 실은 미국의 대외진출을 방해하는 각종 수입장벽을 제거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또 클린턴 행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해온 노동·환경 요건을 무역과 연계해 처리하는 문제는 해외에 있는 미국 기업들의 요청으로 당분간 보류될 가능성이 높지만 항공기·군수품 등 미국의 주력상품에 대한 수입장벽이 높은 유럽연합(EU), 일본, 한국 등은 더욱 거센 개방압력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조시룡기자 srcho@etnews.co.kr 장관진기자 bbory5@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