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메인프레임 및 서버용 스토리지시장에서 40%의 점유율을 자랑하는 EMC는 지난 99년 매출 67억 달러, 순이익 11억8000만 달러를 달성하는 등 최근 몇 년간 급성장해 왔다. 그 일본법인인 EMC재팬을 지휘하는 인물이 딕 월벤 사장. 190㎝가 넘는 큰 키, 운동으로 다져진 근육, 근엄하기까지 한 얼굴을 지닌 그는 미국 해군에서 컴퓨터업계로 투신한 이채로운 경력의 소유자다. 그는 EMC재팬 사장으로 부임하기 전, 본사에서 통신업계를 상대로 한 영업 담당이사로 납입 실적이 거의 제로였던 EMC 제품의 시장개척에 큰 공을 세웠다.
일본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던 EMC가 그를 시장개척의 선봉장으로 선택한 것도 이러한 수완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마이클 투시 본사 CEO는 『월벤 사장이 일본에서도 높은 이익을 창출해낼 것』이라고 기대했다. 월벤 사장 자신도 『지금까지 컴퓨터 세계에서는 중앙연산처리장치(CPU) 및 OS 등이 부가가치 높은 제품으로 인식돼 왔으나 이제부터는 스토리지의 부가가치가 가장 높게 부상할 것』이라며 『그 스토리지를 일본에서 정착시키는 것이 나의 사명』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월벤 사장 부임 이후 EMC재팬은 순조로운 실적을 거두고 있다. 특히 지난해 7∼9월의 매출은 미국시장의 성장률을 상회하는 전년동기대비 130% 이상을 기록했다. 비결을 묻는 물음에 월벤 사장은 『고객 제일주의라는 기본을 충실하게 실행하고 있다』는 말로 대신했다.
뉴욕에서 태어난 월벤 사장은 로체스터인스티튜트테크놀로지를 졸업한 후 컴팩컴퓨터의 전신인 탠덤컴퓨터에서 95년 EMC로 옮겨와 지난해 4월부터 EMC재팬의 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명승욱기자 swmay@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