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기업에서 배운다>3회-소니 (상): 경영혁신

도쿄 긴자역의 B9 출구에 위치한 소니빌딩. 이곳에 마련돼 있는 네트워크플로어에서는 디지털과 네트워크로 세계 제패를 꿈꾸고 있는 소니의 변화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소니는 지난해 1월 네트워크 마케팅 전문회사인 소니스타일닷컴재팬을 설립했다. 이 회사는 소니의 대표적인 온라인 판매망인 「소니스타일」을 총괄한다.

소니스타일은 출범 당시 기존 오프라인 유통망들로부터 상당한 견제를 받았다. 정형화돼 있는 기존 일본식 유통체계에 대한 도전이었기 때문이다. 소니의 경쟁업체들은 당시 눈치만 살필 뿐이었다. 시대 변화에 빠르고 과감하게 대응해 온 소니는 온라인 판매를 밀어붙였고 채 1년이 안돼 경쟁업체들도 소니를 따라왔다.

소니빌딩내 네트워크플로어는 향후 우리사회에 일반화될 사이버라이프를 오프라인상의 한 공간에 축소해 구현해 놓고 있다. 「클릭 한번으로 움직이는 세계」에 대응하는 소니 변신의 아주 작은 단면을 보여준다.

소니의 변신은 달라진 외부 환경에 대응하는 형태가 아니라 스스로 미래를 만들고 예측하면서 주도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워크맨 신화로 전 세계를 열광시킨 소니는 성격이 전혀 다른 게임기분야에서도 플레이스테이션2라는 또 한번의 신화를 만들어내 세계시장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소니의 변신 가운데 놓칠 수 없는 것이 컴퓨터에 AV기기 개념을 도입한 바이오컴퓨터의 개발과 유통체제의 개혁이다. 일반 컴퓨터시장에 진출했다가 실패의 고배를 마신 소니의 7전8기 제품이라는 점에서 바이오의 성공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바이오는 개발에서 생산, 유통, 판매까지의 모든 체제가 소니의 기존 가전제품과는 완전히 다르다. 가전제품의 사이클은 적어도 1년이지만 PC는 3개월 단위로 모델이 바뀐다. 소니는 예상생산체제에서 주문생산체제로 생산체제를 전환하고 온라인 판매에 주력하고 재고를 온라인상으로 파악하면서 바이오의 생산효율을 높였다. 소니가 판매회사의 물류센터를 통하지 않고 직접 고객에게 제품을 납품하는 새로운 유통시스템을 도입한 것도 바이오부터다.

일본의 멀티미디어평론가인 아사쿠라 레이지씨는 소니의 어떤 변신보다도 의미있는 변신은 기존의 「결코 연결하지 않는다」에서 「연결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연결한다」로의 발상 전환이라고 강조한다.

사실 대용량 저장매체의 소니 규격인 메모리스틱이 나오기 이전까지 「소니스타일」의 전형은 다른 제품과 연결하지 않고 독자성을 지키는 것이었다. 베타방식의 비디오규격을 끝까지 고집한 것과 DVD오디오에 대응한 SACD, DVD램에 대응하는 DVD+RW, 전혀 새로운 매체인 미니디스크(MD) 등의 추진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그 독창성이 소니의 매력이기도 했다.

그러나 소니는 3.5인치 플로피디스크를 사용하는 디지털카메라 「마비카」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97년 이후부터 변하기 시작했다. 디지털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을 그대로 PC를 통해 볼 수 있다는 점이 소니가 추구하는 단순함과 편리성에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후 소니는 메모리스틱이라는 대용량 저장매체로 자신이 개발한 모든 첨단 디지털기기를 연결하고 있다. 노트북컴퓨터 바이오, 디지털카메라, 디지털캠코더, 워크맨, 디지털액자, 애완견로봇 아이보까지 모두 메모리스틱의 단순한 이동만으로 「0」 「1」의 디지털신호로 호환된다.

소니의 첨단 디지털기기를 모두 연결한다는 발상은 네트워크의 개념이 본격적으로 정립되기 시작하면서 「연결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연결한다」로 발전됐다. 이는 소니라는 기업의 대대적인 변신을 알리는 것이었다.

소니의 최고집행책임자(COO)이자 퍼스널IT네트워크 컴퍼니의 부사장인 안도 구니다케씨는 『우리는 기계와 기계를 연결하고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네트워크를 만들 것이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이 만들어지고 이 작업이 반복되면 모든 것이 연결되는 세계가 만들어질 것이다. 이것이 바로 소니가 추구하는 방향이자 사명이다』라는 말로 소니의 미래를 암시하고 있다.

소니는 오프라인의 경쟁력을 온라인으로 이어가기 위해 또 한번의 대변신을 계획하고 있다. 전자업체로 출발한 소니가 디지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는 종합디지털기업으로 발걸음을 옮겨 놓고 있는 것이다. 영화, 음악, 출판사업에 진출한 데 이어 최근에는 방송, 통신 등 네트워크 관련 사업과 온라인은행 등 금융사업을 보강하고 있는 것이 그 구체적인 모습이다. 이를 위해 외국기업과의 제휴 및 외국기업에 대한 출자도 망설이지 않는다. 차세대 디지털TV의 네트워크 언어인 자바기술을 적용하기 위해 선마이크로시스템스와 기술 제휴를 했으며 방송의 글로벌화에 대응, 위성디지털방송사업인 스카이퍼펙트TV에도 참여하고 있다.

소니는 「콘텐츠」와 콘텐츠를 실어 나르는 「플랫폼」, 콘텐츠를 활용하는 「단말기」를 모두 확보하고 있는 기업이다.

소니는 이를 바탕으로 광대역(브로드밴드)시대에 대응하는 종합디지털기업(e소니)을 추구하고 있다. e소니 구상은 특히 높은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하드웨어산업이 기본이 된다.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컴퓨터 「바이오」, 전통적인 효자상품인 TV 「베가」, 네트워크시대 비밀병기인 「플레이스테이션2」, 심플한 디자인의 「모바일기기」는 모두 경쟁력 높은 소니의 하드웨어 인프라다.

이들 4개 단말기를 관문 삼아 소비자는 일본 3대 인터넷접속회사인 소넷(so-net)을 경유해 소니가 제공하는 영상, 음악, 금융 등의 다양한 콘텐츠를 수신한다. 필요한 정보를 구입하기 위한 결제는 소니의 온라인은행을 통하면 된다.

사이버 공간에 들어가 원하는 정보를 찾아 돌아다니고 그 정보를 사서 사이버공간을 빠져나올 때까지의 일련의 행위를 모두 소니가 지원하는 셈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수익은 소니의 몫으로 한 명의 고객으로부터 다양한 형태의 매출을 올리게 된다.

소니의 변신은 새로움의 연속이다. 그리고 과감한 변신은 소니의 원동력이자 힘이 돼 왔다. 실제로 소니의 변신은 단기간에 주식시가총액을 3배 이상 끌어 올리는 괴력을 발휘했다. 소니는 이제 전자업체에서 종합디지털업체라는 극단적이고 위험한 변신을 도모하고 있다. 그러나 외형적으로 극단적인 소니의 변신은 현실적인 요소를 기반으로 철저하게 준비돼 있다. 극단적인 소니의 변신에 전세계가 고개를 끄덕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