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복표 사업자 선정 잡음 「점입가경」

한국체육진흥공단의 온라인 체육복표사업자 선정을 둘러싸고 잡음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사업일정까지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잡음은 전자복표 사업을 신청한 한국타이거풀스컨소시엄(대표 이주혁)이 전자복표사업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한국전자복권컨소시엄(대표 박기형)이 이의를 제기한 데서 시작됐다.

체육복표사업자 선정에 탈락한 한국전자복권컨소시엄은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된 한국타이거풀스컨소시엄이 공단측이 제시한 제안요청서의 사양에 맞지 않는 시스템으로 사업계획서를 제출함으로써 최종 사업자 계약이 지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한국전자복권측은 최근 체육진흥공단측에 구체적인 지연 이유를 밝혀 달라는 서한 발송과 함께 자체 조사한 타이거풀스컨소시엄의 부적격 사유를 공개했다.

자료를 통해 한국전자복권측은 타이거풀스가 제휴한 이탈리아 스나이사는 체육복표 관련 시스템 및 단말기에 대한 원천기술이 없어 앞으로 도입할 체육복표의 핵심기술에 대한 국산화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타이거풀스측은 전자복권측의 주장은 근거없는 허위사실이라며 법적대응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타이거풀스는 한국전자복권측이 주장한 이탈리아 스나이사의 개발·생산능력 부재에 대해 『스나이는 최신 범용기술을 적용해 자체 운영시스템을 개발했으며 이탈리아 정부의 스포츠베팅시스템 공급권을 획득한 기업』이라고 반박했다.

또 체육진흥공단이 제시한 사양에 어긋난 시스템으로 우선협상대상자가 됐다는 지적에 대해 『안정성과 신뢰성 부분에서 시스템의 구축사례를 모두 제시했으며 이탈리아 공인기관의 확인서까지 제출했다』며 한국복권측이 제기한 주장은 터무니없다고 일축했다. 또 강력한 법적대응으로 맞서겠다고 선언했다. 실제로 타이거풀스측은 보도자료 배포금지 가처분신청을 냈고 스나이는 명예훼손 소송을 낸 상태. 타이거풀스측은 전자복권측의 주장에 맞서기 위해 스나이에 공단 실사단을 보내는 등 후속 조치도 취했다.

반면 전자복권측은 타이거풀스측의 소송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타이거풀스의 소송을 받아들여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리겠다는 뜻이다. 또 공단에서 실사한 자료를 요구해 차후 대응책을 마련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전자복권측의 한 관계자는 『검증되지 않은 시스템으로 온라인 체육복표사업을 할 경우 오류나 버그 등 안정성면에서 보장할 수 없어 잘못될 경우 복표사업 전체에 미치는 파장이 적지않을 것』이라며 『체육진흥공단측의 정확한 실사가 따라주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체육진흥공단의 온라인 체육복표사업은 2002년 월드컵 재원확보와 공공기금 확보를 위해 이루어진 사업이다. 공단의 요청서에 의하면 지난해 11월 사업자가 선정돼 12월 말까지 시스템 구축이 이루어진 후 오는 9월에 첫 발매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1월말 현재 사업자 선정도 안된 상태에서 9월말 첫 시험가동이 이루어지기는 힘든 상황이다. 사업을 신청한 양측 모두 현재대로라면 9월 사업개시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특히 사업이 지연돼 올해말 개시된다면 당초 축구에 초점이 맞춰진 온라인 체육복표가 프로농구에 먼저 적용돼 초기 붐업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온라인체육복표 사업은 수익금 중 50%를 상금으로 지급하고 25%는 국민체육진흥기금으로 적립하며 25%는 사업자들의 운영비로 배분된다. 예측컨대 경마의 예를 볼 때 온라인 체육복표사업은 엄청난 이권사업이 아닐 수 없다. 사업자 선정의 잡음이 없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사업자들의 이권싸움으로 국민사업인 온라인 체육복표사업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고 체육진흥공단이 이를 조기에 조절하지 못한다면 복표사업에 대한 양자의 비난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경우기자 kw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