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B업계, 페놀 PCB 생산비중 낮춘다

국내 인쇄회로기판(PCB)산업의 성장엔진 역할을 했던 페놀계 PCB가 생산현장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다.

최근 국내 전자산업의 주력 생산품목이 가전제품에서 이동전화기와 네트워크 장비 등 정보기술(IT) 제품으로 전환됨에 따라 주요 PCB 생산업체들은 부가가치가 높은 에폭시 PCB의 생산량을 확대하는 대신 TV와 오디오 등 일반 가전제품에 사용되는 페놀계 PCB의 생산량을 크게 줄이고 있다.

더구나 중국으로부터 저가의 제품이 유입되면서 페놀계 PCB의 가격이 크게 하락, 채산성을 맞추기가 어려워짐에 따라 앞으로 국산 페놀계 PCB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날도 그리 멀지 않았다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LG전자(대표 구자홍)는 그동안 월 10만㎡의 단면 PCB를 생산해왔으나 단면 PCB의 가격하락과 생산비 증가로 채산성이 악화됨에 따라 지난해말 오디오와 비디오 등 일반 가전제품에 사용되는 페놀계 단면 PCB의 생산을 중단하고 설비를 매각했다.

LG전자는 전체 매출의 5%를 차지해온 단면 PCB 생산 중단을 계기로 점차 부가가치가 낮은 페놀계 PCB의 생산비중을 줄이고 고부가·고다층 제품 위주로 사업구조를 전환해 나갈 계획이다.

대덕GDS(대표 유영훈)는 디지털가전용 PCB공장의 본격 가동에 맞춰 사업구조를 고도화하기로 하고 올해 전체 매출의 90%를 넘어섰던 페놀계 PCB의 생산비중을 60%대로 낮추는 대신 다층인쇄회로기판(MLB)의 생산비중을 30%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 회사는 특히 지난해에 이어 올해 400억원 규모의 설비투자를 단행, 양·단면 PCB 생산업체에서 벗어나 디지털가전용 PCB 전문업체로 도약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코스모텍(대표 전우창)은 전체 매출의 50%를 차지하고 있는 페놀 PCB 생산비중 축소 및 채산성 확보를 위해 단면 PCB 생산라인을 중국으로 이전하고 청주공장을 MLB전용공장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 회사는 국내에서 페놀계 PCB를 생산해 수익성을 내기가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 앞으로 2∼3년 안에 에폭시 PCB의 생산비중을 70∼80% 수준으로 높인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새한전자(대표 윤영기)는 채산성 확보를 위해 지난해까지 전체 매출의 50%를 차지했던 페놀계 PCB의 생산비중을 올해 20% 수준으로 낮추는 대신 MLB와 빌드업기판 등 에폭시 계열의 고부가 제품 생산비중을 높여 나갈 계획이다.

PCB원판 생산업체인 두산전자BG(대표 이정훈)는 국내 PCB 생산업체들의 이같은 추세에 발맞춰 오는 2003년까지 페놀원판의 매출비중을 43%에서 33%로 낮출 계획이다.

이 회사는 이를 위해 국내에서 에폭시원판의 생산라인에 대한 신규 투자를 확대하고 중국에 페놀원판 생산거점을 마련해 채산성을 확보하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또 앞으로 국내시장에서 페놀원판의 수요가 갈수록 줄어들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동남아시장 등을 대상으로 페놀원판의 수출물량 확대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김성욱기자 sw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