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전자상거래의 과제

이용경 한통프리텔 사장(ykl1943@magicn.co.kr)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21세기에 전자상거래가 소비문화의 중심으로 빠르게 자리잡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집계한 지난해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규모는 18조6000억원으로 99년의 10조1000억원에 비해 84%나 증가했다. 하지만 전자상거래 시장의 양적 성장과는 반대로 전자상거래의 현안 해결 및 국제적 협력은 미진한 상태다. 전자상거래의 대안을 모색하고 발전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뜻을 모아 결성한 국제전자상거래협의기구(GBDE)는 전자상거래 분야의 대표적인 국제협의체라 할 수 있다.

전자상거래의 기본개념은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해 주는 것이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이 서로 얼굴도 확인하지 못한 상태에서 상품을 사고 팔면서 신용카드 번호까지 제공해야 하는 것은 엄청난 모험을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활성화를 위해 가장 우선해야 하는 과제는 이에 대한 고객의 신뢰를 형성하는 것이다. 고객의 신뢰를 형성하기 위한 세부적인 방법으로 신뢰도 인증(trust mark), 분쟁중재제도, 고객정보 보호 등 세 가지가 거론되고 있다.

먼저 신뢰도 인증은 고객이 믿을 만한 제품을 구입하고 서비스를 받는 확신을 줄 수 있도록 하는 표시를 말한다. 기본적으로 이러한 인증은 경쟁을 억압할 수 있는 독점 사업자가 나타나지 않도록 다양한 인증 프로그램을 지향해야 하고, 상품뿐 아니라 전체적인 서비스 제공 및 보상 메커니즘 등 광범위한 온라인 상거래에 대한 안정성과 용이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일단 국경과 지역을 넘나드는 전자상거래 당사자간에 시간·비용·품질상의 사유로 분쟁이 발생했을 때 이를 직접 해결해 줄 재판제도는 시간이 지연되고 비용이 많이 든다. 분쟁중재제도(alternative dispute resolution)는 이런 단점을 보완한 것으로, 제3자가 나서서 당사자의 분쟁을 중재하고 의견을 조율하여 신속히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이 제도는 현재 기업간(B2B) 거래에 시도되고 있으나 점차 기업과 소비자간(B2C) 거래로 확대될 전망이다.

고객정보 보호는 형식적인 정보의 유출 차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업자가 정보보호 정책의 내용을 정확히 구현하고 그 내용을 고객에게 명확히 고지해야 하는 기준을 마련하는 데 있다. 이를 통해 사업자가 불필요한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것을 방지하고 국제간 전자상거래에도 광범위하게 적용될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을 확립해야 한다.

그외에도 지적재산권, 관세 및 법률 적용, 디지털 격차 해소 등의 과제를 들 수 있다. 전자상거래 사업자는 세계 각국을 대상으로 온라인상에서 각종 상품 홍보와 주문, 결제 등 일련의 상행위를 하기 때문에 부지불식간에 국지적인 지적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는 소지를 다분히 가지고 있다. 따라서 지적재산권의 침해를 즉시 처벌하는 법적 규제보다는 재산권 소유자가 침해 사실을 사업자에 고지하면 그에 따라 사업자가 시정조치 후 통보하는 자발적인 시스템이 바람직하다.

관세 및 법률 적용 문제는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간의 합의기준이 확정되는 단계에 있다. 과세 및 법률의 적용은 원래 선진국의 주장에 따라 생산지 우선 원칙이 대세였으나 참여국가가 확대되면서 점차 소비지 우선 원칙으로 바뀌어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다시 서버설치 지역의 우선 원칙이 대두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지역간·국가간의 디지털 격차를 들 수 있다. 전자상거래의 기반인 인터넷 인프라가 국가간·지역간에 큰 차이를 갖는 문제를 해소하고자 글로벌 기업들은 당장의 이익은 자제하면서도 장기적인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지원에 나서고 있다. 소외 지역 및 계층에 대한 인터넷 교육과 인프라 구축, 프로그램 개발 및 제공을 위한 연구소 설립, 세미나 개최, 산학 연계 등이 그것이다.

전자상거래의 육성은 지식산업 강국의 기치를 내건 우리나라가 시급히 추진해야 할 과제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전자상거래 사업을 실제로 추진하는 주체는 민간기업이고 이들의 목소리가 합리적으로 정책과 법제에 반영되어야 하며, 정부는 이런 활동을 지원하고 체계화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또한 전자상거래의 국제화를 감안할 때 정부의 보다 활발하고 능동적인 국제 활동이 꼭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