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은 정보사회 최대 수혜자인가.
청소년들은 언뜻 보면 정보화의 최대 수혜층처럼 보인다. 그들은 컴퓨터·인터넷·휴대폰 등 새로운 문명의 이기를 가장 먼저 받아들이고 또 가장 적극 활용하는 계층 중 하나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이들 청소년들은 불건전 정보에 손쉽게 노출되고 정보를 활용하는 지적인 능력도 아직은 부족하다. 이때문에 청소년들은 역설적인 의미에서 정보화의 또 다른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다. 청소년들이 부딪히고 있는 정보화의 명암을 사례를 통해 살펴보자.
우선 긍정적인 사례.
『인터넷 10대를 무시하지 마세요.』
숙명여중 1학년 김아미양(15)은 목소리를 높였다.
『대학생만 인터넷을 이용하는 줄 아세요. 저희도 숙제할 때 교과서보다 인터넷으로 자료 찾고 워드프로세서로 작성해 제출합니다.』
김양은 하루 2시간씩 꼬박꼬박 인터넷 검색을 한다.
전자우편을 매일매일 확인 안하면 친구들에게 왕따당할 정도로 10대들에게 인터넷은 이미 생활도구로 자리잡았다.
김양은 『좋아하는 연예인 팬클럽 카페랑 같은 반 친구들끼리 만든 인터넷 카페에 접속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일과』라고 소개했다.
김양에 따르면 초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컴퓨터를 정규과목으로 배우기 때문에 대부분의 아이들이 컴퓨터를 다룰 줄 안다고 밝혔다.
『인터넷 카페를 더 다양하고 재미있게 만들고 싶은데 마스터 자격이 성인이라 엄마·아빠 ID를 사용한다』는 김양은 『이는 10대 인터넷 인구를 무시한 처사』라고 흥분했다.
또 이들 10대의 휴대전화 이용도 인터넷만큼 보편화된 일이다.
『문자메시지를 하루에 보통 20개에서 많을 때는 50개 정도 보냅니다』라는 선화예중 2학년 김정은양(16)은 『문자메시지 이용요금이 음성통화요금보다 더 많이 나옵니다. 문자요금만 5만원이 나온 적도 있다』며 이는 다른 친구들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10대의 휴대전화는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뿐만 아니라 채팅과 게임을 위한 생활필수품이다.
휴대전화가 없으면 허전하다는 김양은 『휴대전화 액정에 예쁜 그림을 다운로드하는 것은 기본』이라고 말했다.
이들 10대의 인터넷과 휴대전화 활용은 예상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전자우편을 보내더라도 첨부파일은 물론 동영상과 음성까지 첨부하는 등 대학생과 비교해 손색이 없다.
숙명여중 김아미양은 『인터넷을 모르면 왕따당하지만 저희가 생각하는 기본적 윤리에 어긋나면 이 또한 왕따의 대상』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정보화의 부정적인 측면도 분명 존재한다.
우선 심각한 것은 정보기기 중독증이다. 『하루평균 3∼4시간씩 컴퓨터와 생활하고 20∼30분 정도 이동전화를 이용한 데이터통신을 주고 받습니다.』 성남시 상대원동의 신성환군(17·중 2)은 컴퓨터 및 정보통신기기 등 동원가능한 정보기기를 이용해 인터넷 항해는 물론 게임에서 채팅, 데이터통신, 심지어 통신학습까지 그야말로 정보사회의 중심(?)에 서 있다. 그렇지만 주변에선 중독증이 아니냐는 부정적 시각도 있다.
『주말이나 휴일이면 컴퓨터 이용시간은 2∼3배로 늘어나며 하룻밤을 꼬박 새우기 일쑵니다. 심지어 구정 연휴에도 컴퓨터없는 하루를 생각하면 아쉬움이….』
신군만의 얘기가 아니다. 컴퓨터 중독증에 걸린 청소년이 아닌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청소년의 얘기다.
한국정보문화센터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청소년의 일주일 컴퓨터 사용시간은 35∼45시간.
이 가운데 통신학습이나 유용한 인터넷 검색 등 시간은 극히 미미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대부분 게임·채팅 등 소모성 시간에 할애하고 있으며 심지어 성인사이트 등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학습능률이 크게 떨어지기 마련.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성숙되지 못한 청소년이 채팅·게임에 탐닉함으로써 사회화현상이 지체되고 인격형성의 왜곡을 초래하기도 한다.
청소년들의 성인사이트 방문과 번개(속칭) 등은 원조교제 등 성적인 타락으로 이어진다. 간혹 폭력물과 엽기물·내기게임이 성행하는 인터넷을 통해 게임공간에서의 PK(Player Killing)가 현실PK문제까지 일으킨다. 지난해 문제됐던 온라인게임인 리니지의 아이템 판매행위라든가 사이버공간에서나 허용되는 PK를 현실공간에서 실행에 옮기는 행위는 대표적인 역기능으로 인식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아이템 판매행위를 정당한 사적재산의 판매로 보는 시각도 있기는 하지만 고액을 받고 판매하는 행위를 우리 사회는 긍정적인 눈으로만 보고 있지는 않다.
『새해들어 집에 초고속통신망을 설치한 이후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없습니다. 채팅과 게임을 시작하면 새벽까지 시간가는 줄도 모릅니다. 학교 지각은 물론 학습시간내내 졸립습니다.』
올해 중학교 3학년이 된 북가좌동 하지운군(15·가명)은 버스에서도, 집에서도, 학습시간에도 인터넷 접속이 머릿속에 가득해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최근엔 다양한 게임사이트를 새로 발견하고 성인사이트에도 회원으로 위장등록했습니다.』 호기심 많은 하군은 한편으로 고등학교 진학을 앞둔 시점에서 학습에 집중력이 떨어져 큰 걱정이라고 호소한다. 한때 해외에 개설된 성인전화방에 연결해 성적인 일탈을 하는 청소년들이 문제아로 인식됐으나 최근들어선 인터넷으로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청소년층의 미래는 결코 어둡지 않다는 게 전문가의 조언이다. 한 전문가는 『정보사회에 가장 빨리 적응하는 청소년에게 정보화교육을 제대로 시키고 부작용을 차단할 수 있는 여건만 마련해 준다면 청소년은 정보화의 최대 수혜자인 동시에 정보화를 앞당기고 이끌어갈 최대 기반계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청소년들이 올바른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정보여과능력을 키워주고 불건전정보를 원천차단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사회 각계각층이 노력한다면 청소년들이 진정한 정보화의 선도계층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신영복기자 ybshin@etnews.co.kr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