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 나서기보다는 내실을 기하고, 내실을 기하면서도 회원사의 사업성공과 수익확보를 먼저 챙기는 협회를 만들겠습니다.』
폭격을 맞은 도시처럼 완전히 망신창이가 된 한국 중소·벤처산업의 한복판에 서있는 정보통신중소기업협회(PICCA) 김성현 회장은 같은 길을 가고 있는 벤처 사장들에게 재도약의 희망만은 버리지 말자고 당부한다. 이름만 앞세워 분위기를 띄우는 데 몰두하지 말고 제각기 성장조건을 점검, 사업 충실도를 높여 마지막 성공의 열매까지 딸 수 있는 끈기를 발휘하자고 결의를 다진다.
『지나간 시간이 회사를 키우고 기술개발에 몰두한 시간이었다면 앞으로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개척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그 중에서도 비정보기술(nonIT)분야를 IT화해 신규시장으로 만드는 데 정부든 기업이든 총력을 쏟다시피 해야 합니다. 시장이 열려야 그것을 바탕으로 개별회사도 키울 수 있고 한 배를 탄 협회도 튼튼해지는 것입니다.』
PICCA는 지난해말 회원사 최고경영자(CEO) 워크숍을 통해 올해 대부분의 회원사가 어려운 환경에서도 매출실적을 높이고, 연구개발(R&D)투자도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을 재확인했다. 당시 PICCA 회원 CEO 40% 이상이 2001년 매출을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높게 잡고 있는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이 있습니다. 벤처기업에 이보다 중요한 명제는 없습니다. 누구나 갈 수 있는 평탄하고 쉬운 길이라면 누구도 벤처라는 길을 택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어려움 속에서도 꿋꿋이 자기몫을 해내고 국가경제의 주춧돌이 되기 위해 벤처의 길을 택했다면 지금 같은 어려움은 그야말로 단련의 시간으로 생각해야지요.』
인터넷솔루션 개발 전문업체 넥스텔의 사장으로 PICCA 회장이기 이전에 자신 또한 수많은 벤처 대표 중의 한 사람인 김 회장은 요즘 일본을 자주 오간다. 현지에 벌여놓은 홋카이도 나카프라노 리조트 IT개발 프로젝트 때문이다. 원만한 회장직 수행도 중요하지만 개별 업체로서도 성공하는 모델을 꼭 보여주고 싶은 포부가 온몸에 넘친다.
『다들 열심히 하자고 떠들면서 자기 회사도 제대로 수익을 못내고 새로운 사업을 찾지 못해 허덕인다면 협회 회장직은 허울좋은 포장에 불과할 것입니다. 누가 보더라도 번듯한 자기 회사를 갖추고 나서 협회장으로서의 직책을 수행하는 것이 양쪽 모두를 성공으로 이끄는 길이라고 믿습니다.』
실제 김 회장은 일본 홋카이도 프로젝트에 국내 대표적인 초고속인터넷사업자인 하나로통신 이외에도 여러 회원사들을 공동으로 참여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해외에서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그 시장을 국내 벤처들이 힘을 합쳐 주도한다면 그 것 자체가 국내 벤처산업에 전환적 사건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해외시장 개척에 큰 의의를 두는 이유는 국내시장에서 아옹다옹 다투지 말고 더 큰 시장에서 진정한 승부를 하자는 뜻입니다. 그래야만 국내 벤처의 글로벌 체질화가 가능하고 경쟁력도 높일 수 있습니다. 열린 세계시장에서 국내벤처가 잇단 승전보를 올린다면 국가신인도는 물론 나라경제에도 큰 득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해외시장 개척에 팔을 걷어붙인 PICCA 김성현 회장은 『어렵다는 말을 되풀이하기 전에 그 어려움속에 내가 할 수 있는 또 다른 길이 없는지를 살필 여유와 자신감을 갖자』고 동료 벤처기업가에게 강조한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