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서비스임대업(ASP)이 선보이면서 이를 도입하는 해당 사용기업들 중 일부에서 부정사례가 적발되는 등 각종 백태가 속출하고 있다.
중소기업 경영에 효율성·투명성을 가져다줄 수 있는 유력한 정보화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지만 기존 업무환경을 전면 개선하는 과정이 수반되는 만큼 내부진통이 만만치 않은 것이다. 특히 표준화된 전사적자원관리(ERP)시스템을 신규 구축하고 있는 일부 기업들에서는 직원들의 부정사례가 적발되면서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다.
지난해 ERP를 ASP방식으로 도입, 운영중인 A사는 최근까지 총 8명의 내부직원을 해고했다. ERP를 구축·도입하는 과정에서 생산·회계·판매·전산 등 상당수 실무자들이 부정을 저지른 사실이 적발됐기 때문이다. ERP사용자수 10개 안팎으로 회사 규모가 비교적 작은 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ASP도입이 거의 「조직수술」을 불러온 수준이다. 그동안 경영층에서는 이같은 실태를 인지하지 못한 채 주먹구구식 경영관행에 의존해왔던 것을 반증하는 셈이다.
ASP업계 관계자는 『실무직원들이 관행처럼 저질러왔던 부정실태가 노출될 것을 우려해 ASP도입을 방해하기도 한다』면서 『태업에 가까운 비협조적인 태도 때문에 ASP 확산에도 적지 않은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가장 대표적인 부정사례는 장부재고를 조작하면서 뒷돈을 챙기는 경우다. ASP업계 관계자는 『상당수 중소·중견기업들의 경우 장부재고와 실재고가 다른 것은 물론 악성재고도 많다』면서 『하지만 경영층에서는 이같은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할 때가 다수 있다』고 지적했다.
ERP사용자수 100여개에 달하는 B사는 그동안 소비자들로부터의 클레임이 실무진 차원에서 묻혀버린 사실이 적발돼 홍역을 치른 사례다. ASP업계 관계자는 『해당 실무진의 업무행태가 그대로 드러날 경우 예상되는 책임소재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면 덮어두는 사례도 적지 않다』면서 『ERP가 생산에서 최종 판매에 이르기까지 전 업무과정을 투명하게 노출시키는 만큼 실무진의 반발이 거세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B사는 앞으로 해당 실무자가 ERP데이터 입력에 소홀히할 경우 『옷 벗을 각오까지 하라』는 강력한 경영방침이 하달되기도 했다.
실무직원들의 각종 부정이나 소홀한 업무관행이 중소기업의 경영개선작업은 물론 ASP 확산에도 커다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중소기업 외에도 올해 ASP 중점 보급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는 법정관리회사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한 ASP업체 대표는 『부실기업으로 지정될 경우 1∼2년내에 단물 쓴물 다 빼먹지 못하면 바보라는 소리를 들을 지경』이라며 『실무진과 경영층의 전사적인 비리가 횡행하고 있는 환경에서 ASP 도입은 힘들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