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의 미래가치를 보고 베팅하던 시대에 닷컴기업의 경쟁력은 기술과 아이디어였다. 이 때문에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을 알고 있는 엔지니어 출신의 창업이 줄을 이었다. 하지만 「묻지마 투자」가 한풀 꺾이고 닷컴기업의 거품이 빠지면서 어떻게 돈을 벌 것인가 하는 소위 수익모델이 화두로 떠올랐다. 기술보다는 마케팅이, 아이디어보다는 브랜드 가치와 사이트 인지도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쪽으로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 기업 CEO의 역할 역시 이같은 트렌드을 쫓아 갈 수밖에 없다.
◇비즈니스 환경이 변하고 있다 =패러다임의 변화는 사업모델의 변화를 몰고온다. 초기 비즈니스 모델만을 믿고 이를 그대로 유지하는 회사는 후발기업에 추월당하기 쉽다. 「변화와 스피드」가 인터넷기업의 생존조건이라는 명제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세계적인 인터넷 서점인 아마존을 창업한 제프 베조스는 아날로그 상태의 책을 인터넷이라는 디지털 매체를 통해 판매하려는 아이디어를 냈고 이를 실행에 옮겼다. 닷컴기업의 대명사로 자리잡은 아마존은 지금 서적뿐 아니라 음반·꽃·의약품도 판매하고 있다. 아마존이 갖고 있는 브랜드 가치를 십분 활용해 사이버 백화점으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가장 성공적인 벤처 지주회사인 소프트뱅크도 소프트웨어 유통회사로 출발했다. 비행기표 역경매로 창업한 프라이스라인 역시 지금은 자동차 휘발유까지 취급할 정도로 사업영역을 확대했다. 한번 사업모델을 정립했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새로운 사업모델 개발을 통해 닷컴진화를 추구해야 한다. 그래야 생존할 수 있다. 잘 나가던 시절에 안주하다가는 어느 틈에 도태되어 버린다.
◇선택과 집중에 달렸다 =기술경쟁이 치열해지고 시장변화가 빨라지면 네트워크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진다. 시장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기술투자의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른 기업과 협력은 선택이 아닌 생존조건이다. 가장 잘 할 수 있는 핵심분야를 키우는 데 역량을 집중하면서 나머지는 네트워킹을 활용해 다른 기업과 협력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네트워크 위주의 디지털기업 구조에서는 윈윈게임을 잘하고 파트너십 관리가 뛰어난 CEO가 경쟁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 비즈니스는 전쟁이고 승리하기 위해서는 조조와 같은 전략가가 되어야 한다. 시장을 조망할 수 있는 식견, 자기 확신, 투명하고 단호한 의사결정, 조직 전체를 한 방향으로 집중시킬 수 있는 리더십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기술과 경영을 모두 알아야 한다 =닷컴기업의 수익모델은 신규 시장 공략,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 개발, 인수합병을 통해 가능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이 때문에 효과적인 아이디어 관리와 전략적 사고 없이는 뒤처질 수밖에 없다. CEO가 직접 새로운 아이디어를 개발하거나 체계적인 프로세스를 통해 모든 이노베이션 과정을 관리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명확하고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시장환경을 다양한 시나리오를 통해 조망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뿐 아니라 전문적인 경영능력을 갖춰야 한다. 엔지니어 출신 국내 인터넷기업 CEO에 취약한 부분이 바로 경영 마인드다. 경영은 비즈니스 결정과정의 연속이다. CEO가 마케팅, 인사조직, 재무와 회계, 전략, 기술과 생산관리를 포함한 경영의 기본지식을 갖추지 못하면 의사결정은 CEO 개인 상식에 의존하게 된다. 의사결정의 지체와 잘못된 의사결정으로 인해 실패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질 수밖에 없다.
CEO는 미지의 세계로 항해하는 선박을 책임지는 선장이다. 나침반 방향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기업의 운명이 달라진다. 어떤 사업에 역량을 집중할 것인가 아니면 모든 사업을 일단 끌고 갈 것인가, 혹은 어떤 분야에 새로 뛰어들 것인가. 최근 인터넷 기업 CEO가 항상 고민하지만 쉽게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내용이다. 자금을 유지해야 한다는 불안감, 성장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조급함, 새로운 사업모델을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함을 해소하는 지름길은 결국 선택과 집중에 따른 눈높이 사업과 최소한의 시장과 기술, 경영안목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