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진대제 사장과 이기태 부사장

삼성전자 「멀티미디어 신화창조」를 꿈꾸고 있는 멀티미디어 총괄 진대제 사장과 「애니콜 신화」의 주역인 정보통신총괄 대표 이기태 부사장.

반도체부문 이윤우 사장과 함께 삼성전자를 이끌고 있는 핵심브레인 3인이자 실무 최고 책임자들이다. 이들 두 사람은 무선인터넷 사업을 적극 추진하면서 이 분야에서 「경쟁」과 「협력」을 하지 않으면 안 되게 됐다. 특히 무선인터넷의 핵심부문인 포스트PC 분야에서 이들의 경쟁과 협력은 불가피하다.

정보통신(이동전화)과 반도체라는 전혀 다른 길을 걸어온 두 사람은 무선인터넷의 활성화에 편승해 포스트PC에서의 경쟁은 이미 예고됐다.

이동전화에서 출발한 통신기기와 컴퓨터에서 출발한 이동컴퓨팅이 무선인터넷의 핵심인 「포스트PC」라는 퓨전단말기로 합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 포스트PC 시장의 주도권을 둘러싸고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을 만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컴퓨터」진영과 「이동전화」진영의 대결은 진대제 대표가 이끄는 멀티미디어사업부문과 이기태 대표가 책임을 맡고 있는 정보통신사업부문이 양보할 수 사업영역이라는 점에서 이들의 움직임에 관련업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양측의 주도권 확보경쟁은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이미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멀티미디어사업부문을 총괄하고 있는 진대제 사장은 지난해 중반 포스트PC사업을 차세대 주력사업으로 선정하고 이에 맞춰 조직을 개편, 수백억원의 자금투자를 밝혔다.

비슷한 시기에 정보통신부문 이기태 부사장도 발빠른 행보를 보였다. 스마트폰에 소위 컴퓨팅기능을 부여하면서 포스트PC시장을 향한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 회사 정보통신부문은 지난해 10월 미국 팜사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자사 스마트폰에 PDA운용체계(OS)인 팜OS를 채택한 이동전화단말기를 공동 개발키로 합의했다. 관련 부서에선 이 제품이 스마트폰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브라우저, 워드 등을 부가해 언제든지 컴퓨팅기능을 구현할 수 있는 팜OS를 탑재하고 있다는 점에서 포스트PC를 겨냥한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또한 이기태 대표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무선 인터넷 분야에서 포괄적으로 제휴하고 MS의 무선 인터넷 브라우저인 모바일 익스플로러(ME)를 이동전화단말기에 채택키로 한 상태다.

이에 맞서 이번엔 멀티미디어부문이 팜사와 경쟁관계인 MS의 새로운 OS인 「윈도CE 3.0」을 기반으로 하는 포켓PC인 「이지팜」 신제품을 선보였다.

이들 두 사업부문의 무선인터넷 분야에 대한 사업의지는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멀티미디어사업부문에선 지난해 PDA전문업체인 싸이버뱅크와 맺었던 80억원의 투자계획을 올해부터 구체화해 나가고 있다. 이 전략적 제휴는 삼성전자의 자본력 및 생산기반에 싸이버뱅크의 기술적 노하우 등이 결합될 경우 국내 윈도CE채용 PDA분야에서 시장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정보통신사업부문에서도 이에 뒤질세라 제이텔 등 일부 벤처기업 및 PDA업체들을 대상으로 전략적 제휴를 위한 협상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포스트PC를 둘러싼 이들 두 조직간의 경쟁은 「이동전화」와 「컴퓨팅」의 격돌과 함께 양 대표간의 주도권 확보경쟁이라는 점에서 세인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향후 주도권 경쟁보다는 협력체제 구축이 보다 구체화될 것이라는 게 관련업계의 분석이다.

삼성전자의 기업문화가 어느 정도의 경쟁은 허용하지만 사업조정에 대한 의사결정이 어느 기업보다 빠르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우선 시장키우기에 주력하고 시장기반이 넓혀질 경우 시너지효과와 사업 전문화차원에서 「삼성전자」라는 테두리 내에서 당연히 협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영복기자 ybshin@etnews.co.kr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