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6년째를 맞은 국내 최대의 벤처기업 단체인 벤처기업협회(회장 장흥순 http://www.kova.or.kr)가 마땅한 차기 회장을 찾지 못해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다.
지난해 심한 홍역에서 벗어나 회생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 벤처업계를 안정적인 항로에 재진입시키기 위한 키를 쥐겠다고 나서는 선장을 찾지 못해 「벤처호」가 표류 위기에 직면한 것.
이는 이민화 전 회장(메디슨 회장)의 잔여 임기를 이어받아 지난해 2월부터 협회를 이끌어온 장흥순 회장(41·터보테크 사장)이 「중간 계투」가 아닌 「선발」로 나설 것으로 암묵적 공감대가 형성돼 왔으나 최근 장 회장이 고사의 뜻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협회는 이에 따라 장 회장이 끝까지 고사한다면 다음달중 2년 임기의 신임 회장을 선출해야 할 입장이지만 현재 선뜻 차기 회장을 자청하고 있는 인물이 없는 실정이다.
벤처업계에서는 현재 부회장단에서 안영경 핸디소프트 사장(44), 조현정 비트컴퓨터 사장(44), 변대규 휴맥스 사장(41), 김형순 로커스 사장(40) 등 4명의 선발 벤처CEO 중 한명이 「총대」를 맡아줄 것으로 은근히 기대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가 않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협회는 최근 비공식 회장단 회의를 통해 장흥순 회장이 차기 회장으로 유임, 1년간의 활동 뒤 새로운 적임자를 찾아 회장직을 되넘기는 형태의 궁여지책을 마련해 오는 2월 26일 총회에서 안건을 통과시킬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IMF경제위기 극복의 견인차이자 신경제의 주역인 벤처업계의 실질적인 지도자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벤처기업협회장 자리가 이처럼 「계륵」으로 전락한 까닭은 무엇일까.
업계는 이에 대해 업무부담을 주이유로 꼽는다. 벤처는 CEO의 역할이 절대적인데 협회장을 맡을 경우 고유업무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 실제로 지난해 벤처기업협회장에 대한 공식행사 참석 요청이 정부와 각종 경제·사회단체 등에 걸쳐 월평균 40건에 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다고 전경련 등 여타 경제단체들처럼 시스템화된 협회조직과 역량을 갖지 못한 상황이어서 결국 회장이 벤처관련 대소사를 도맡다보니 이 자리가 달갑지만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이를 십분 이해하더라도 벤처기업 1만개 시대(중기청 등록 기준)를 바라보는 벤처업계에서 마땅한 협회장 후보 한명 없다는 것은 벤처업계의 한계를 다시 한번 보여주는 대목이라는 지적이 높다. 업계는 특히 그동안 「네트워크」와 「나눔」을 통한 상생의 문화를 줄 곧 강조해왔다.
다수의 벤처업계 관계자들은 『「내코가 석자」인 게 요즘 벤처업계의 사정이지만 그래도 지금이야말로 벤처를 이끌어온 선발 벤처CEO들이 사회적 책임과 벤처 재도약이라는 대승적 차원에서 뜻을 모아야 할 시점』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