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프로젝트는 규모 면에서 해외에서 수주한 정보기술(IT) 관련 프로젝트로는 국내 최대 금액 규모라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더구나 이번 프로젝트는 베네수엘라 정부 발주사업으로 전국민을 상대로 전자주민카드 발급시스템을 구축하는 국가적 프로젝트다. 따라서 IT 기술적으로는 거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중남미시장에서 대규모 프로젝트를 수주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있을 제2, 3의 프로젝트 수주전을 유리한 위치에서 치르게 됐다.
◇수주과정=AIT·현대정부기술 등 국내 컨소시엄은 프로젝트의 규모와 앞으로의 파장 등을 고려해 극도의 보안속에 제안작업을 추진했다.
수주확정 2개월 전부터 AIT·현대정보기술 이외에도 데이콤에스티·조폐공사·시디프·사이벤 등 7개 기업이 공동으로 제안서 작업을 벌였다. 현지 대사관 무관 출신인 B모 대령을 영입하는 등 만반의 준비작업을 했다. 이 과정에서 AIT는 전자주민카드 발급시스템을 맡고 현대정보기술은 통합 애플리케이션 개발과 망 구축 등 자연스레 역할분담이 이뤄졌다.
프랑스·독일·스페인 등 세계 18개국의 치열한 외교전도 전개됐다. 우리나라도 정보통신부 장관 추천서를 발급하는 등 정부의 지원과 현지 대사관 전·현직 직원들의 아낌없는 지원이 이뤄졌다. 특히 독일의 경우는 정부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지원해 막판까지 한국 컨소시엄과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수주교훈=이번 프로젝트는 민·관 합동으로 일궈낸 개가라는 점에서 돋보인다. 또 국내에서는 쉽지 않은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협력 컨소시엄이라는 점이다.
정보통신부는 당초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이번 1차 프로젝트와 추가 프로젝트에 동일지분으로 참여해 해외 프로젝트 수주전에 나선다는 점에서 관련정보 및 기술제공 등 물심양면으로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정부의 지원과 대사관 직원의 지원이 아니었으면 프로젝트 수주 자체는 처음부터 어려웠으리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현지의 인사와 문화 또는 프로젝트 관행 등에 관한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수주영향 =이번 프로젝트 수주로 인해 벤처기업인 AIT는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갖출 수 있게 됐으며 기술력을 갖춘 전문업체로서의 위상도 갖출 수 있게 됐다. 현대정보기술 또한 국내 SI시장에서의 위상이 크게 강화될 것이며 SI업계 부동의 2인자 자리를 굳히게 된 것은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업계 1위인 삼성SDS를 근소한 차이로 위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국내 시장에서 한계에 부딪힌 벤처기업에는 해외진출을 촉진하는 계기로 작용할 전망이며 대형 SI업체들 역시 효율적으로 해외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중소벤처기업과의 공조관계를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