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제품의 디지털화가 급진전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아날로그의 독무대로 여겨져온 소형녹음기시장에서도 디지털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각종 강연회와 심포지엄 및 토론회장에서 널리 사용되는 소형녹음기는 그동안 카세트테이프를 사용하는 제품들이 대부분을 이뤄왔으나 최근 플래시메모리를 저장매체로 사용하는 디지털녹음기가 속속 선을 보이면서 기존 아날로그시장을 서서히 잠식해 들어가고 있다.
디지털녹음기는 아날로그제품과 달리 일단 녹음한 뒤에 PC에 데이터를 옮길 수 있고 데이터를 보관하기 쉬우며 특정 메시지를 찾기도 쉽다는 장점이 있다. 또 플로피디스크나 CD에 저장할 수도 있는 것은 물론 데이터를 복사한 후에도 플래시메모리에 새로운 녹음내용을 수도 없이 덧씌울 수 있다. 특히 디지털녹음기의 8MB급 메모리에는 소리가 아닌 문서나 그림파일도 담을 수 있으므로 간편한 저장매체로도 사용가능하며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배터리 외에는 소모품 비용이 들지 않는 등 장점이 많다.
다만 아직까지 메모리 수급문제로 가격이 비싼 것이 흠이지만 아날로그제품 중 고급형의 경우는 디지털형보다 훨씬 고가인 제품도 많아 가격경쟁력에서도 그다지 뒤지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디지털녹음기 개발업체인 심스밸리 관계자는 『자기테이프 대신 플래시메모리를 저장매체로 사용하는 디지털녹음기는 작은 플래시메모리와 보드 등 간단한 부품만으로 이뤄지고 배터리 소모도 적어 기존 테이프형 제품에 비해 크기가 대폭 줄어든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한다.
이에 따라 기존 녹음기업체들의 디지털제품 개발이 잇따르면서 소형녹음기시장의 디지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기업을 비롯해 심스밸리·세닉스디지컴·덱트론·사파미디어·다인정보통신 등 중소기업들까지 소형디지털녹음기시장에 속속 가세하고 있다. 또 인터넷쇼핑몰의 경우 실제로 1월말 현재 60∼70여개의 소형녹음기가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데 이 중 30% 정도를 디지털형 제품이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소형녹음기시장 규모가 워낙 협소하기 때문에 내수시장에는 별로 기대할 것이 없으며 수출로 승부를 거는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편 세계시장에서는 기존 카세트테이프형 시장을 이끌어온 소니·아이와·파나소닉·올림퍼스 등이 디지털시대를 맞아 플래시메모리를 저장매체로 채택한 디지털방식 녹음기를 지난해부터 세계시장에 선보이며 시장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