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591) 벤처기업

정경유착<27>

『홍 선배님, 저는 계속 기업인으로 남고 싶습니다. 정치에 대해서는 모릅니다. 그것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홍석천은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더니 빙긋 웃고는 말했다.

『정치란 아무나 하는 것일세.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기도 하고.』

『제 말은 너무 모르고 있다는 겁니다.』

『처음부터 알고 하는 사람이 어디 있나. 들어와서 부딪치면서 배우는 거지. 모든 것이 그렇지 않나. 기업도 마찬가지 아닌가. 그리고 기업 운영과 정치는 별로 다를 게 없네. 원리는 마찬가지야.』

『기업과 정치는 다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원리는 같은 거야. 모두 다 예술이지. 기업도 예술적인 경지로 해야 하듯이 정치도 예술처럼 해야 하네.』

기업이 예술이며, 정치도 그렇게 해야 한다는 말은 홍석천의 억지같이 들렸다. 물론 인간을 구제하고 휴머니즘을 추구하는 예술의 본질이 기업이나 정치에도 적용될 수는 있을 것이다. 기업을 운영하는 것이나 정치 행위가 궁극에 가서는 인간 구제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실제 하는 짓거리를 보면 그렇지 않다.

『홍 선배님의 뜻은 고맙지만, 저는 사양하고 싶습니다.』

나는 사실 자신이 없었다. 정치에 대해서 막연하게 매력을 느끼고는 있지만 그것은 권력을 지향하는 인간의 본능에 불과했지, 실제 그 늪에 빠지고 싶지 않았다. 홍석천과의 대담은 그것으로 끝났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서 다시 홍석천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김성길 선배가 자네를 만나기를 원하는데 올 수 있겠나?』

나는 거절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다. 김성길 선배는 학교 선배이면서 원로 정치가였다. 내가 정치에 가담을 하든 하지 않든 그가 부른다면 달려가야 하는 입장에 있었다.

『언제 찾아뵈야 합니까?』

『오늘 점심 식사를 같이 하는 게 어떤가?』

『좋습니다. 당사로 갈까요?』

『12시 30분 전에 오게. 먼저 나를 만나세. 당 고문실로 오게.』

『알겠습니다. 있다 뵙겠습니다.』

그로부터 전화를 받은 이후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점심 약속이 되어 있는 것을 비서를 시켜 취소했다. 그리고 이발소에 가서 이발을 하고 용모를 단정하게 했다. 11시경에 회사를 출발해서 30분에 당사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