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카드를 활용해 자금부담도 줄이고 부도 위험에서도 탈피한다.」
경기불황으로 유통업계가 극심한 자금난에 시달리면서 은행과 연계한 「구매카드제」를 도입하는 업체들이 속속 늘고 있다.
구매카드제란 일선 대리점 또는 딜러업체가 공급업체로부터 물품을 구매하고 일정 기간 은행으로부터 여신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여신 기간동안의 이자를 공급업체가 부담해 추가자금 부담이 없고 공급업체도 대금을 은행에서 바로 받게 되므로 양쪽 모두 자금난을 덜 수 있는 제도다.
기존의 여신관행은 담보를 필요로 하는 데 비해 이 제도는 공급업체와 유통업체의 신뢰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자본력이 충분치 않은 유통업체들에는 매우 유용한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기존 어음제도를 금융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임으로써 중소업체들이 협력업체들의 연쇄부도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을 뿐 아니라 구매카드제 확산을 권장하고 있는 정부가 시행업체들에 법인세 납부금액의 10%를 공제해주기 때문에 도입에 따른 메리트가 높다.
업계에서는 대원컴퓨터(대표 정명천)가 지난해 9월 국민카드와 손잡고 처음 도입했으며 최근 들어 컴닥터119(대표 이병승)가 이 제도를 도입했다.
대원컴퓨터는 전국의 2000여개 거래처 가운데 신용도가 좋은 업체들을 골라 국민은행의 구매카드인 DC클럽 카드를 발급해주고 이를 제품 구매시 활용토록 하고 있다. 국민은행과 약정한 여신금액은 총 50억원이며 거래처의 여신기한은 30일이다.
정명천 대원컴퓨터 사장은 『처음에는 업체들이 적극 이용하지 않았지만 30일 무담보 여신이 알려지면서 이용하는 업체가 늘어 최근 월평균 이용금액이 은행과 약정한 50억원에 육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업체는 구매카드가 거래처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음에 따라 앞으로 국민은행측과 협의를 통해 여신규모와 대상업체를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최근 이 제도를 도입한 컴닥터119도 국민은행과 손잡고 자사 체인점 400개를 대상으로 구매카드 발급에 들어갔다. 지금까지 100여곳의 체인점에 카드를 발급했다. 구매카드제를 도입함으로써 물품대금을 은행으로부터 조속히 회수할 수 있고 매출도 안정적으로 올릴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이 회사는 현재 체인점당 500만원에 최장 50일 여신을 적용하고 있는데 앞으로 국민은행과 협상을 통해 점진적으로 금액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박영하기자 yh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