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삼성을 총괄하고 있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장남인 이재용씨가 올해 본격적으로 그룹 경영에도 참여할 것으로 전해지면서 후계승계와 관련한 소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소문의 핵심은 재용씨가 미국 유학을 마치고 다음달로 예정된 삼성전자 이사회에서 이사 자격을 얻는다는 것. 현재 삼성전자의 부장직책으로 외국에 나가 있기 때문에 이곳으로 복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소문의 배경=업계에서는 재용씨의 경영 참여를 기정 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가장 큰 근거는 지난해 설립돼 삼성의 인터넷신규사업을 전방위로 벌인 e삼성의 현재 모습에서 출발한다. 당초 e삼성인터내셔널이라는 해외기반의 지주회사에서 출발한 삼성의 e비즈니스는 금융포털 가치네트와 그룹 관계사 물량을 기반으로 한 B2B e마켓플레이스 등 16개의 크고 작은 자회사를 만들며 마무리된 상태다.
실제 지난 주에는 e삼성인터내셔널의 대표였던 신응환 이사(그룹 재무팀)가 대표직을 전격 사임하고 e삼성 김성훈 대표가 겸임하는 체제로 바뀌었다. 김성훈 대표는 이에 대해 『지주회사로서 역할은 다했기 때문에 조직을 운영할 의미가 더 이상 없어졌다』며 『특히 e삼성인터내셔널 산하 해외조직은 지역별로 특성에 맞게 전개되고 있기 때문에 e삼성인터내셔널의 역할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현재 e삼성과 e삼성인터내셔널의 행정업무는 김 대표가 겸직하고 있는 가치네트에서 용역형태로 행정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런 변화야말로 삼성의 「승계작업 판」이 다 짜여진 것이라는 게 입계의 분석이다. 재용씨가 대주주로 있는 기업들을 동원해 지분을 투자하고 지주회사라는 형식을 빌려 e삼성과 e삼성인터내셔널 산하로 묶은 신 인터넷 관련 신규법인들은 모두 재용씨의 직접적인 통제하에 있다. 남은 문제는 재용씨가 언제 거대 삼성 오프라인계열사에 진입하느냐다. 재용씨의 삼성전자 이사 진입이 바로 남은 수순이라는 분석이다.
또 경영 수업의 첫 장으로 삼성전자가 꼽힌 이유는 그룹 내 간판기업인 삼성전자의 위상을 고려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특히 이재용씨의 승계작업을 돕기 위해 현 이건희 회장 측근으로 구성된 그룹 주요 임원들을 이재용씨 측근으로 대거 또는 부분 교체하는 것도 신중히 고려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입장 =삼성그룹은 「근거 없는 사실」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홍보실 관계자의 설명은 이렇다. 현재 예정된 주주총회는 3월 초. 2주전에 주주총회 안건을 공고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결국 2월 중순에는 재용씨의 삼성전자 이사 발탁 여부가 만천하에 드러날 일인데 왜 숨기겠느냐는 것이다.
특히 구조조정 등 난제가 산적한 와중에 그룹사업의 중심에 있는 임원들을 교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설명이다.
◇타 그룹 사례=2세 경영체제 구축을 마친 타사의 예를 보아도 재용씨의 후계수업이 시작될 시기임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코오롱그룹의 이웅렬 회장(46)은 해외 조직에서 실무를 시작했다. 뉴욕, 도쿄지사에서 근무를 시작한 이 회장은 34세가 되던 89년에 그룹 기조실장을 맡았으며, 91년 부회장 자리에 올랐다. 코오롱의 대표직을 맡은 것은 94년, 2년간의 대표직을 수행한 후 96년 회장이 됐다.
98년 SK그룹의 회장이 된 최태원씨(42)가 경영수업에 착수한 것은 92년 그의 나이 33세다. 당시 선경의 경영기획실 부장 자격으로 경영수업에 발을 디딘 후 96년까지 경영기획실 사업개발팀 이사, 상무를 거쳐 97년 당시 유공(현 SK)의 상무가 됐다. 다음해인 98년 그룹의 주력 기업인 유공의 대표이사 부사장을 맡은 지 두달 후에 대표이사 회장이 됐다.
코오롱의 이 회장이나 SK의 최 회장 모두 30대 초반에 그룹 임원으로 출발, 주요 계열사 대표직을 장악했으며, 6∼7년의 경영수업기간을 거쳐 안전하게(?) 승계작업을 마쳤다.
두 사례를 볼 때 올해 재용씨의 나이가 33세가 됐다는 점에서 경여참여 시기가 임박했다고 볼 수 있다.
「부자상속」이 절대적으로 통했던 80, 90년대와 다른 지금, 특히 탈세 여부에 대한 법적·도덕적인 논란과 적지 않은 내부 반발에 직면해 있는 삼성이 이 산을 어떻게 넘고 후계승계를 마무리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