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 말까지 언론에 보도된 인터넷 닷컴기업들의 동향을 보면 기존 커뮤니티 및 콘텐츠 프로바이더 역할에서 「인터넷 솔루션 프로바이더」 나 「웹인티그레이터」 「웹에이전시」로 변환하여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것이 주류를 이룬다. 이러한 동향은 아이러닉하게도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는 인터넷 기업들이 몰락하지 않기 위한 생존전략의 일환으로 규모는 작으나 확실한 수익을 만들어 내는 방안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다보니 자연적으로 자체 웹사이트를 만들어 운영해 본 경험이 있는 회사들은 대부분 규모에 상관없이 웹사이트를 구축해주거나, 이미 구축해 놓은 사이트를 솔루션화해서 외부에 판매하고, 조금 여력이 있는 곳에서는 웹구축 컨설팅을 해주겠다는 사업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국내 최대의 인터넷 포털업체, 국내 선도 인터넷 경매업체 그리고 대형 온라인 쇼핑몰로부터 시작해서 조그만 식품배달 업체의 온라인 사이트를 운영하는 닷컴기업의 광고란에까지 「우리는 어떤 웹사이트도 구축해 드릴 수 있습니다」는 광고가 붙어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최근 가장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분야가 바로 웹에이전시다. e비즈니스 기업을 대상으로 인터넷 웹사이트 제작은 물론 사업 아이디어 평가, 비즈니스 컨설팅, 광고 및 프로모션, 사후 유지관리까지 인터넷 비즈니스의 A부터 Z까지 모든 솔루션을 종합적으로 제공한다는 것이 사업의 기본적인 취지다. 웹에이전시의 원조격이라고 볼 수 있는 미국의 경우 지난 1995년경부터 관련기업이 등장하기 시작해 현재 마시퍼스트(MarchFirst), 에이전시닷컴(Agency.com), 레조피시(Razorfish) 등 1000여개의 웹에이전시를 표방하는 기업이 활동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디자인스톰, 오픈타이드, 홍익인터넷 등의 국내 기업이 선도적인 웹에이전시로 활동하며 국내 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이러한 웹에이전시 시장의 장밋빛 청사진에도 불구하고, 이 시장을 향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기본적으로 웹에이전시 시장은 경기흐름과 직결된다. 국내외적으로 닷컴기업들의 기업가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전통적인 제조기업의 e비즈니스화도 가시적인 성과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웹컨설팅 계약을 미루거나 해지하는 상황이 일어나고 있다.
또 한가지는 실제 수요보다 너무 많은 웹컨설턴트들이 등장했다는 것이다. 웹컨설턴트들의 난립으로 올해 약 2000억원 대로 추산하고 있는 국내시장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이러한 외형적인 문제 외에도 본질적으로 웹에이전시의 능력에도 한계가 있는 것 같다. 사실 대표적인 웹에이전시라고 불리는 곳들은 디자인부터 시작한 곳과 SI, 즉 시스템통합업무로부터 출발한 회사들이다. 흔히 Agency.com이나 Sapient.com, 오픈타이드 등의 업체가 비즈니스 컨설팅을 겸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나 아직 이들의 비즈니스 컨설팅 영역은 e비즈니스를 위한 사업계획 수립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웹에이전시의 초점이 웹사이트의 기획 및 분석, 설계(디자인), 구현, 유지보수 측면에 맞춰져 있는 것도 한계점으로 등장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조사보고서에 의하면 2000년 말 우리나라 대기업의 100% 그리고 중소기업의 85% 이상이 홈페이지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발표되었다. 이 발표가 시사하는 바는 이미 웹사이트 구축이라고 하는 명제는 과거와 달리 기업경영에서 새로운 이슈가 되지 못하기 때문에 「웹사이트 구축의 종합적 업무수행」이라는 명제로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개척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인터넷의 세계도 바뀌어 가고 있다. 초반기 네트워크 및 통신시설 그리고 조직의 정보시스템 등 정보인프라 구축이 중요하던 시절에서 정보기술을 이용한 업무처리 방식의 혁신, 인터넷을 자체 업무와 대외 비즈니스에 활용하는 단계, 온라인과 오프라인 결합의 단계가 이제 지나가고 있다. 다음 단계는 진정으로 인터넷의 특성을 이용하여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해주는 네오 비즈니스 창조자(Neo Business Creator)로서의 컨설팅 역할이 필요하며 이를 어떻게 웹과 접목시킬 것인가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연구가 가까운 장래에 웹에이전시의 경쟁력을 판단하는 주요 지표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