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용주의 영화읽기>빔 벤더스 감독의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

전세계적으로 쿠바음악에 대한 새로운 유행을 불러온 빔 벤더스 감독의 다큐멘터리. 이미 미국과 유럽, 일본 등지에서 다큐멘터리로서는 드물게 장기상영에 성공하며 음반에서도 높은 판매고를 기록, 화제를 불러일으킨 작품이다. 영화적 완성도를 논하기에 앞서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은 쿠바라는 매력적인 공간에서 벌어진 빔 벤더스 감독과 프로듀서를 맡은 라이 쿠더의 감동적인 조우라 일컬을 만하다. 이 영화의 생명력은 일상생활의 일부분처럼 들려오는 탄력 있는 쿠바음악과 거장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나이 든 음악인들의 생명력이다. 다큐멘터리라는 장르적 한계는 빔 벤더스에 의해 따뜻함과 생기가 넘치는 감동의 드라마로 변모하고 나이 들고 가난하지만 천진난만한 쿠바 음악인들의 연주는 한곡 한곡이 그대로 아련한 향수와 함께 새로운 삶의 활력소가 되어 가슴을 두드린다.

「환영받는 사교클럽」이란 뜻의 영화제목은 쿠바음악의 향기를 전세계에 울린 이 특별한 아티스트 그룹의 이름이기도 하다. 영화는 쿠바의 음악을 20여년 동안 들어왔던 제3세계 음악의 거장, 라이 쿠더가 자신의 아들과 함께 쿠바의 전설적인 음악인들을 하바나에 있는 낡은 스튜디오에 모아 연주하고 녹음하며 그들이 암스테르담과 뉴욕 카네기홀에서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치기까지의 과정을 담아낸다. 태양이 쏟아질 듯한 쿠바의 더위와 그 속에 자리한 쿠바인의 모습은 100% 디지털카메라로 촬영됐으며 이는 규격과 틀에 얽매이지 않는 아티스트의 자연스런 음악과 함께 쿠바와 쿠바인의 굴곡 있는 세월의 무게감을 표현하는 데 효과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빔 벤더스는 공연장면과 아티스트들의 인터뷰를 교차 편집하며 그들의 음악과 삶의 에스프리를 얘기한다. 인생의 어두움과 황량함을 주로 표현하던 빔 벤더스의 작업은 쿠바라는 사회에 대한 정치적 색채보다는 70대부터 90대에 이르는 고령자들이 내뿜는 삶의 유머와 따뜻함에 카메라를 들이댄다. 과거의 기억 속으로 묻혀졌을 법한 이들의 이야기는 「진실이 어떠한 픽션이나 테크닉보다 더 드라마틱하며 감동적이다」라는 말을 떠올리게 만든다.

인터뷰를 이끌어가는 주요 아티스트들은 은퇴 후 구두닦이를 해야했던 쿠바의 냇 킹 콜 이브라힘 페러를 비롯, 80년대에 은퇴한 후 80세가 돼서야 다시 무대에 오른 전설적인 피아니스트 투벤 곤살레스, 90세가 넘은 기타리스트 콤파이 세군도다. 이들의 인터뷰와 음악은 삶에 대한 서글픈 향수를 느끼게 하지만 동시에 시대적 유행을 아우르는 저력이 무엇인지를 느끼게 한다.

<영화평론가 yongjuu@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