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데이 저, 위즈덤하우스, 2000년 출간
시장지향적인 기업만이 살아남고 번창한다는 것은 이제 누구나 다 아는 상식에 속한다. 아마도 무수한 경영 이론 중에서 상황에 따라 변하지 않고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원칙이 바로 「시장중심주의」일 것이다.
소비재산업에서 중장비산업에 이르기까지 신생 벤처기업이건 재벌 대기업이건 시장지향적이 되지 않고서는 단연코 시장에서 성공할 수 없다. 더욱이 오늘날과 같이 극심하게 변화하고 예측불가능한 환경에서 시장지향성이란 기업이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숨을 쉬는 것만큼 당연하다. 아무리 기술과 제품이 우수하더라도 시장의 요구와 움직임에 대하여 민감하지 못한 기업은 시장에서 낙오되고 결국은 몰락하게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시장지향적 경영이 중요하다는 것은 모두 공감하고 있지만 이를 올바르게 이행하는 기업은 찾아보기 드물다. 과연 주변에서 시장지향성이 탁월하다고 손꼽을 수 있는 기업은 얼마나 될까. 또, 자신의 기업이 시장지향적이라고 자부할 수 있는 경영자는 얼마나 되겠는가. 분명히 소수에 불과할 것이라고 자신할 수 있다.
기업의 운명과 성과가 시장지향성에 의하여 가름된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왜 많은 기업들이 시장지향적으로 변화되지 못하는 것인가. 그 이유는 시장지향적 경영을 이행하는 것이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좋다고 해서 이를 원하고 생각하고 말한다 할지라도 행동에 옮기기는 쉽지 않다. 시장지향성이란 단순히 시장과의 접점에서 나타나는 변화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시장지향적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기업조직과 사업과정 전반에 걸쳐서 시장논리 중심으로 근본적인 개혁과 전환이 단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 있어서 전통과 관습을 포기해야 하고 수많은 난관과 장애를 극복해야 하는데, 이것을 성공적으로 수행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과업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어려움을 극복하고 시장지향적 기업조직을 창출할 수 있는 것인가.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경영학 교수인 조지 데이가 저술한 「시장지향적 기업만이 살아남는다」(원제목:The Market Driven Organization)라는 책은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답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이 책은 시장지향성이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대하여 명확히 설명하고 있으며, 또 기업들이 시장지향적 조직의 문화와 역량 그리고 형태를 갖추기 위해 추진해야 하는 구체적인 방안을 상세히 제시해 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기업이 얼마나 시장지향적인가 하는 것을 진단할 수 있는 평가항목들이 부록에 첨부되어 있다.
조지 데이는 시장전략에 대하여 1970년대부터 연구해온 학자로 제품수명주기이론, 경험곡선효과, 제품포트폴리오전략, 가치지향적 시장전략 등 다양한 전략 주제에 대하여 수많은 학술논문을 발표했다. 신선한 시각과 예리한 통찰력으로 전략분야의 연구를 선도해온 조지 데이가 오랜 연구성과와 컨설팅 경험을 결집하여 저술한 이 책은 다양한 시장전략 개념을 실제 사례와 연결하여 쉽고 명쾌하게 풀어 기술하고 있다. 비슷한 주제에 관한 다른 책들처럼 단순히 당위론만 주장하는 것이 아니고 구체적인 이행방안을 가르쳐 준다. 어떻게 하면 우리 기업을 시장지향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가를 놓고 고민하는 실무자들에게 유용한 지침과 시사점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시장지향적 기업을 만들기 어렵다는 것은 도전인 동시에 기회다. 시장지향적으로 전환되는 것이 힘든 과업이지만, 일단 성공하면 경쟁기업이 단기간에 쉽게 추종하거나 모방하지 못하는 강력한 시장우위를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세계시장을 선도하고 외국기업들이 벤치마킹 대상으로 삼을 수 있을 정도로 탁월한 시장지향성을 갖춘 기업이 많이 탄생하기를 간절히 소망하면서 이 책을 권한다.
<임채운 서강대 교수 chaelim@sog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