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기계식 교통단속, 발상의 전환을

요즘 자기도 모르게 무인단속카메라에 찍혀 교통벌금을 내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 난데없이 날아온 「위반사실통지서」를 보면 차량번호 사진과 위반일시, 위치까지 선명히 나와 발뺌할 여지도 없이 비싼 범칙금을 내야 한다.

사고예방을 위한 단속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정작 본인이 찍혀 벌금을 낼 때는 야속한 느낌이 드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현재 전국 도로에는 360대 가량의 무인단속카메라가 설치돼 있다. 경찰청은 올해 700여대의 무인단속카메라를 추가 발주하는 등 기계식 교통단속망을 매년 보강해 국민의 잘못된 운전습관을 「뿌리째 뽑겠다」는 방침이다.

경찰청 계획대로 간다면 3∼4년내 우리나라는 단속카메라 밀집도에서 세계 최고수준에 이르게 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같은 무인단속카메라의 증가가 그렇게 긍정적인 일만은 아니다. 사고예방에는 도움이 되지만 불필요한 범법자를 양산하는 부작용도 낳고 있다.

사고예방에 전혀 도움이 안되는 장소까지 무인카메라가 설치되다 보니 카메라 앞에서만 속도를 낮추고 다시 과속하는 등 교통흐름을 오히려 꼬이게 한다. 열악한 국내 도로여건상 특정 사고위험지역을 제외한 나머지는 교통흐름을 열어 줘야 하는데 단속 위주의 카메라 위치선정과 터무니없이 낮은 제한속도 때문에 대부분의 운전자를 범법자로 만들고 있다.

이제는 무인단속장비의 무분별한 증가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값비싼 무인교통단속장비는 국가의 벌금장사가 아니라 사고예방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

따라서 꼭 무인단속카메라와 같은 기계식 교통단속업무를 정부가 운영해야 할 필요가 있는가 하는 점이다. 비대해진 정부의 기능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무인카메라 같은 기계식 교통단속업무는 민간에 이관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 민간업체가 구역별로 무인카메라의 설치·운영을 전담하고 연간 교통사고 감소율과 단속건수에 따라 정부가 인센티브를 주면 된다.

국가권력의 성역으로 간주돼온 교통단속업무에도 시장논리를 적용하자는 뜻이다. 경찰측에서야 「교통단속은 아무나 하나」고 비웃겠지만 교통단속업무에도 경쟁원리를 도입해야 할 시기가 됐다.

<산업전자부·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