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강남구 무역센터 옆 아셈타워로 사무실을 옮긴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 요즘 때아닌 「자리잡기」 경쟁이 치열하다. 본사 정책에 따라 「플렉서블 오피스」라는 모빌오피스를 전격적으로 실시하면서 서로 맘에 드는 자리를 잡기 위해서다.
모빌오피스는 선이 본사 차원에서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업무의 생산성을 높인다는 방침하에 도입한 업무환경이다. 전체 직원 330여명 중 인사·회계 등 30여명을 제외한 300명에게는 지정된 좌석이 없다. 사장이나 임원이라고 해도 별도의 자리가 없다. 아침에 출근한 순서대로 맘에 드는 자리에 앉아 업무를 보면 그만이다.
직원 개개인에게는 오직 사물함이 주어질 뿐이다. 말 그대로 업무에 꼭 필요한 서류나 간단한 집기도구를 들여 놓을 수는 있다. 그러나 이전처럼 서류나 잡지류 등을 쌓아 놓을 수 없다. 사물함도 물론 모빌형이다. 필요에 따라서 사물함을 앉은 자리로 이동시킬 수는 있으나 그럴 필요는 없다. 매번 가지고 다니기가 불편하기 때문이다.
대신 모든 좌석에는 신클라이언트인 「선레이」가 설치돼 있다. 단지 개인의 신상정보가 등록된 IC카드를 꽂고 업무를 보면 그 뿐이다. 현재 한국썬에 메일서버와 데이터서버가 있기는 하지만 웹서버는 아·태본부인 싱가포르에 설치돼 있다. 따라서 자동으로 싱가포르 웹서버에 연결된다. 물론 필요할 경우 인터넷을 이용하면 본사의 서버와도 접속이 가능하다. 따라서 시내 어느 PC방에서도 본사의 웹서버에 들어가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느 자리가 가장 인기 있을까. 물론 창가자리가 가장 인기있다. 훤히 한강변으로 트인 배경과 다른 사람의 간섭 없이 일할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총각사원의 경우 맘에 드는 여사원이라도 옆자리에 앉아 있으면 금상첨화다.
역시 사원들이 가장 앉기를 꺼리는 자리는 이상헌 사장의 주변자리. 이 사장 캐릭터가 사원과 격 없는 대화를 나눌 수 있을 정도로 스스럼 없는 성격이긴 하지만 역시 말단 직원에게 있어서 사장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입주 첫날에 영문 모르고(?) 사장 옆자리에 앉았던 신입사원의 경우 하루종일 안절부절했다는 후문이다.
모빌오피스 이틀째인 6일에도 한국썬의 자리잡기 경쟁은 치열했다. 주로 한강변이 내다보이는 창가 자리차지 경쟁이 치열했으며 그날의 「희생양」이 사장 옆 좌석에 떠밀리다시피 앉혀졌다. 한국썬의 모빌오피스 도입은 당분간 많은 화젯거리를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