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캐너 업체들이 중고가 제품판매를 확대해 수지개선에 나선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스캐너 시장은 지난 99년 14만대에서 작년 30만대로 2배 이상 커졌지만 이는 주로 컴퓨터 업체에 공급되는 번들 제품 등 저가형 제품의 판매 호조에 의해 이뤄졌다. 이에 따라 작년 초까지 20만원대 가격을 유지했던 저가 제품이 경쟁이 본격화된 3·4분기를 기점으로 10만원대로 급락해 마진율이 제로에 가까운 「외화내빈」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스캐너 업체들은 이렇게 해선 사업영위에 어려움이 많다고 판단하고 적정 마진을 확보하기 위해 중고급 제품에 영업력을 집중하고 있다. 스캐너 업체들이 주력하는 중고급 제품은 1200dpi 이상의 해상도를 지원하며 일반 사진 외에 슬라이드 필름이나 네거티브 필름 등의 스캔 기능을 갖춘 것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국내 스캐너 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한국HP(대표 최준근)는 1200dpi급 제품으로는 가정용 시장을, 2400dpi급 제품으로는 전문가용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이 회사는 30만원대인 1200dpi급 제품을 1·4분기 중 20만원대로 가격을 낮추고 하반기에는 20만원대 초반까지 내릴 계획이다. 또 2·4분기에 1200dpi급 신제품을 출시하고 아직 국내에 출시하지 않은 2400dpi급 제품은 2·4분기에 70만원대 가격에 내놓고 저가형 시장의 우위를 중고가 시장으로까지 이어갈 예정이다. 이 회사는 이러한 가격 인하와 신제품 출시로 수량면에선 20%, 금액면에선 40%를 차지하던 중고가 제품의 판매 비중이 수량 기준 40%, 금액 기준 60% 수준으로까지 올라갈 것을 기대하고 있다.
한국엡손(대표 다카하시 마사유키)은 최근 상반기에 주력할 스캐너 신제품을 출시했다. 총 5종의 신제품 중 4종이 1200dpi 이상의 중고급 제품이며 2종은 네거티브 필름이나 슬라이드 필름의 스캔 기능이 기본 제공된다. 한국엡손은 올해 작년 대비 50% 성장한 6만대의 스캐너 판매 목표를 세웠으며 이 중 중고급 제품의 비율을 80%선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한국엡손의 손현진 부장은 『사용자의 중고급 제품 선택 기준은 가격보다 제품의 품질이 우선이기 때문에 각 업체의 기술개발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캐논(대표 김정린)은 2·4분기께 현재 4종인 스캐너 제품을 8종 정도로 늘려 가격별, 기능별 라인업을 구축할 방침이다. 새로 선보이는 제품은 주로 1200dpi급 제품으로 이 중에는 저가형 제품과 가격 차이가 작은 20만원대 제품도 포함될 계획이다. 롯데캐논은 새로 출시되는 제품에도 특허 기술인 콘택트이미지센서(CIS) 방식을 적용해 슬림형 디자인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