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 산업계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e비즈니스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이를 가능케 해주는 각종 솔루션산업의 활성화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물론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상황은 아니지만 인터넷 이용자수나 도메인수 등 한국의 인터넷 인프라 관련 서비스 부문의 발달은 선진국 못지 않게 빠른 속도로 진전을 보이는 것에 비하면 인터넷 솔루션 산업의 낙후성은 의외로 심각하다.
먼저 이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의 하나로는 기술발달의 속도를 들 수 있다. 지난 날 정보통신 분야에서는 CIM, FA, SIS, BPR, CALS, ERP, KMS, ASP, CRM, SCM, PRM 등 실로 다양한 개념 또는 솔루션이 등장했다. 이들 솔루션의 공통적인 목적은 전체 최적화(global optimization)다. 이들 개념의 발달배경에는 그 당시의 네트워크의 성능과 관련이 있다. 혼자 컴퓨터를 사용하던 시절부터, 회사 전체가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일할 수 있게 된 시절, 그리고 전세계가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그 때마다 보다 확장적인 새로운 개념이 출현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새로운 개념이 저변에 확산되기도 전에 새로운 다른 개념이 출현하면서 솔루션의 보급이 활성화 되지 못한 면이 있다.
두번째로는 이들 솔루션의 기술적인 측면이 강조된 것이다. 주로 새롭게 등장한 개념에 대해 고객들이 활용하면 어떤 이득을 줄 수 있는지 활용적인 측면이나 성과적인 측면보다는 선도적인 기술적 측면이 많이 강조되었다. 이 기술 또는 이 솔루션을 사용하면 초일류기업이 되고 기업이나 조직의 경쟁력이 향상된다고 강조하면서 고객의 여건이나 수준에 맞추어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활용측면에 대한 준비가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다. 수많은 KMS 제품이 나타나고, 중소기업의 정보화를 이야기하면서 ERP나 ASP를 보급하자는 이야기는 벌써 4, 5년 전부터 하는 이야기이지만 과연 고객의 환경에 맞는 솔루션을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했느냐고 반문하고 싶다.
세번째로는 계량적인 성과를 보여줄 수 있는 추천 사이트의 부족이다. 고객에게 솔루션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경영상 효과나 업무의 효율성 등에서의 개선점을 가시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추천 사이트를 발굴하여 마케팅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선도기업들이 이 솔루션을 다 쓰고 있다』는 표현은 준비가 덜 된 고객들에게 충격을 주어 솔루션을 활용할 수 있도록 의사결정 하기에는 부족하다. 지속적으로 견실한 베스트 프렉티스(best practices)를 만들도록 노력해야 한다.
네번째로는 대부분의 신개념 솔루션들이 대기업 위주로 먼저 활용된다는 점이다. 모든 솔루션들을 처음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곳은 대기업군의 회사다. 대기업군의 회사는 대부분 관련 SI사를 보유하고 있어 이 회사를 통해서 솔루션을 도입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들 대기업군의 회사가 초기에 사용할 때는 많은 자금과 자원이 활용되면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정착된다. 하지만 이러한 신기술은 중소기업에 확산하는데는 어려움이 있다. 중소기업은 자금상의 한계와 사용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이유로 이러한 솔루션들을 과감하게 채택하는데 주저하게 된다. 솔루션 공급자의 입장에서는 초기 대기업을 기준으로 하여 신기술을 보급하는데 익숙해 있어 중소기업이 처한 상황과 여건에 맞는 솔루션을 공급하는데 어려움을 느낀다. 중소기업은 정보화의 중요성을 알지만 우선 자체적인 재원을 마련하여 정보화를 추진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느낀다. 누군가의 도움이 있을 때 가능하다고 느낄 수 있다. 국내에서는 가장 잘 정보화가 추진된 것으로 알려진 A전자의 협력사들은 A전자의 재정적인 도움으로 정보화를 추진했다. 이는 협력사를 재정적으로 지원한다는 개념보다는 A전자의 기업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전체 협력사의 네트워킹화가 준비되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목적이 분명하게 추진되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강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