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인기 배우가 현재의 인기를 업고 가수를 겸업해 성공하는 일은 매우 쉬울 듯해도 결코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나 일본, 그리고 홍콩에서는 그런 일들이 비일비재하지만 실력을 최우선시하는 미국 팝계에서 그런 경우는 매우 희귀하다. 체면치레를 하면 다행이고 대부분 「연기나 하지 음악은 왜.」하는 비난을 받기 일쑤다. 반면 가수가 배우로 성공하는 경우는 셰어나 마돈나, 베트 미들러 등 그 예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는 연기는 후천적인 노력에 의해 극복될 수 있지만 노래는 선천적으로 타고나지 않으면 힘들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런 면에서 제니퍼 로페즈는 타고난 「싱어」임에 틀림없다. 그녀가 배우 활동을 하면서 가수로서의 기질을 보였던 것은 97년에 주연으로 출연했던 「셀레나」에서였다. 「셀레나」는 23세에 팬클럽 회장이 쏜 총에 맞아 사망한 비운의 라틴 팝 스타 셀레나의 전기영화다. 여기서 그녀는 라틴의 마돈나, 혹은 제2의 글로리아 에스테판이라 불리웠던 셀레나를 완벽하게 재현해 배우로서 전환기를 맞이했고 가수로서도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그 영화에서 그녀는 영화 콘셉트 특성상 셀레나 노래를 립싱크해야 했지만 무대 매너나 화려한 춤은 연기가 아닌 실연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완벽했다. 그 후로 2년 뒤 그녀는 율동뿐만 아니라 노래도 무척 잘한다는 것을 데뷔 앨범 「온 더 6」로 증명해 보였다. 무명시절 타고 다니던 지하철 라인을 지칭하는 이 앨범을 통해 힙합·디스코·R&B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담은 이 앨범은 전세계적으로 600만장이나 팔리는 기염을 토했다. 이 앨범으로 그녀는 리키 마틴, 마크 앤터니, 엔리케 이글레시아스, 카를루스 샌타나 등과 함께 라틴 뮤직 붐을 주도했다. 그리고 스릴러 영화 「셀」과 로맨틱 코미디 「더 웨딩 플레너」 등에 출연하는 한편, 힙합계의 마이더스 퍼프 대디와 연애도 하고 두 번째 앨범인 본작 「J.LO」를 만들었다. 지난해 그녀는 생애에서 가장 바쁜 한 해를 보냈다. 이번 앨범에서 그녀는 첫 싱글인 팝 댄스곡 「러브 돈트 코스트 어 싱」을 영국 차트 1위에, 미국 차트에서는 10위권 안에 진입시키며 상큼한 출발을 보이고 있다. 프로듀서로는 연인인 퍼프 대디와 그녀의 데뷔곡 「이프 유 해드 마이 러브」를 프로듀싱했던 로드니 저킨스, 셀린 디옹, 그리고 머라이어 캐리의 음반에 참여했던 릭 웨이크 등이 함께 해 신세대 감각에 어필하고 있다. 즉 이들의 참여는 제니퍼 로페즈가 가진 라틴적 색채에 힙합과 R&B라는 시대적 조류를 가미시키고 있는 것이다. 데뷔 앨범과의 큰 차이점은 그녀가 이번 앨범에 송 라이터로 참여해 아티스트로 거듭나고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