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토피아>드림소사이어티

「드림소사이어티: 꿈과 감성을 파는 사회」

프 옌센 지음, 서정환 옮김, 한국능률협회

미래에 대한 관심은 불확실성에 비례해 증폭한다. 측정기법이나 추론방식의 개선에도 불구하고 인류사회에는 명쾌한 예측이 불가능하리만큼 역동성·복잡성이 부가되어 왔다. 따라서 미래담론은 다양한 방식으로 전개됐다. 요행히 지난 약 2세기동안의 인류사에 관한 진단은 「산업사회에서 정보사회로」라는 명제로서 귀결되고 있는 듯하다.

아직은 진행중인 정보사회를 넘어선 「후기정보사회」에 대한 전망은 상대적으로 불투명한 것 같다. 지금까지는 정보화가 보다 심화되어가는 고도정보사회로 이어질 것이라는 외연론이 주류를 이루어 왔다. 그러나 위대한 동화작가 한스 안데르센의 모국인 덴마크 코펜하겐에 소재한 미래학연구소팀은 다년간의 집단적 연구와 토론 끝에 정보사회 이후에는 꿈과 감성이 지배하는 몽상사회(드림소사이어티)가 도래하리라는 독특하고도 흥미로운 미래상을 제시하고 있다.

몽상사회란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가 아닌 콘텐츠에 사회경제적 부가가치가 가중되어가는 상태를 뜻하는 것으로서, 한마디로 「미디어가 메시지다」라는 마셜 맥루한의 고전적 명제가 전도된 메시지중심 사회로서 규정할 수 있다.

근력(筋力)이 기계로, 나아가 지력(知力)마저 첨단 자동화기기로 대체됨과 더불어 감성이 이성보다 중요시되는 몽상사회에 접어들면 머리보다 가슴에 호소하려는 「이야기」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격증하여 이야기를 생산하고 사고파는 감성공장·감성시장이 성장한다. 또한 감성지수가 높은 근로자들이 직업세계에서 우대받게 되리라는 것이다.

몽상사회에서 상품은 자체적 물성(物性)이나 기능으로 평가되는 대신, 그것에 담겨진 이야기 내용에 의해 판별되고 채택된다. 예컨대 나이키 신발은 쾌적성·흡습성·내구성과 같은 실용적 가치나 상표고유의 기호가치 때문이 아니라 마이클 조던의 활약에 관한 이야기들을 내장하고 있는 상품이기에 인기리에 팔려나간다. 비엔나에서 이스탄불을 운행하는 오리엔탈 특급 역시 시간상·비용상으로는 결코 비행기에 비해 효율적 운송수단이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낭만·추억·환상 등을 불러일으키는 에피소드가 동반되리라는 기대감 때문에 지금까지 잔존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지난날의 산업사회에서는 석탄·철강·석유 등이 국부(國富)의 원천이었고, 오늘날 정보사회에서는 자료·정보·지식이 사회활동의 핵심 자원으로 꼽혀왔다. 하지만 몽상사회의 그것은 민담·신화·전설 등의 상징재가 주축을 이룰 것이므로 능숙한 이야기꾼이 미래사회의 지도자가 될 것으로 몽상사회론자들은 예단한다. 따라서 앞으로는 세계 도처에 산재한 토착사회의 이야기들을 널리 수집정리하여 방송·공연·영화·출판물 등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이야기 전사(戰士)의 역할이 증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감성 위주의 몽상사회에서는 자연적 시간이 아닌 주관적 시간의 중요성이 배가된다. 따라서 사람들은 더 이상 현재에 연연치 않고 지난날의 체험에 자체적 상상력이 가미된 착색된 꿈을 추구한다. 눈깔사탕이나 보리건빵, 혹은 아련한 학창시절의 정감에 호소하는 아이러브스쿨 사이트와 같은 회고성 상품(retro-products)이 성행하는 것도 바로 비물질화·감성화 시대의 전조에 해당하는 방증으로 본다.

천재과학자 아인슈타인은 상상력이 지력보다 중요하다고 역설하였으며, 미래학

자 A 클락 역시 고도의 기술은 마술과 상통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한 발언은 모두 고전사상가 M 베버가 「탈주술화(disenchantment)」라고 규정한 합리화 과정의 대항기제인 재주술화가 이성중심주의의 쇠퇴와 더불어 위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판단된다.

몽상사회론은 아직은 정설로서 수용되기 이전의 가설적 견해에 불과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살아남는 것은 가장 강한 종도 가장 현명한 종도 아니요,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종』이라는 진화론자 찰스 다윈의 말을 상기할 때, 도래가능한 미래상의 일환으로 몽상사회를 설정하고 그 적응전략을 탐지해 보는 것은 유구한 전통을 애써 단절하고 사장시켜온 한국사회에서는 각별히 의미있고 긴요한 과업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고려대 김문조 교수 pkim82@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