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ADSL장비 시장 외국업체 봉인가

최근 대만 중화텔레콤에서 실시한 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ADSL) 입찰 결과가 알려지면서 국내에 형성된 ADSL장비 공급가격에 대한 적정성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한국통신 ADSL 입찰결과 발표 이후 불과 한달여 만에 실시된 대만 중화텔레콤 입찰에서 국내 시장에는 참여하지 않은 노키아사가 국내 ADSL 형성가격에 비해 무려 30% 정도 낮춘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이마저도 중화텔레콤의 예가에 못미쳐 유찰됐다.

이 때문에 국내 ADSL시장을 거의 장악하다시피 하고 있는 외국업체들의 공급가가 너무 높게 형성돼 국부유출이 우려된다는 지적까지 제기되고 있다.

◇각국의 ADSL 공급가격 현황=대만 중화텔레콤 입찰(총 120만회선) 결과 유찰되기는 했지만 노키아사는 포트당 210달러대의 가격을 제시했다. 지난해 12월말에 실시된 한국통신의 입찰에서는 300달러선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입찰에 참여한 국내 업체 한 관계자는 『최종 계약자인 대만 현지업체들이 대부분 상장을 앞둔 상태여서 수주를 위해 장비업체들에 장비가 인하를 부추긴 결과』라며 『입찰에 참여한 대부분의 장비업체들은 이런 가격으로는 도저히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대만 가격이 상식선을 벗어나 수익을 맞출 수 없는 출혈경쟁으로 번졌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최근 중국에서도 ADSL장비 가격이 300달러선으로 떨어졌다. 중국의 경우 완제품 수입은 30%의 관세가 부과되는 점을 감안하면 장비업체의 최종 공급가는 역시 200달러 수준으로 분석된다.

일본의 ADSL 공급가는 현재 국내와 비슷한 300달러 수준이다. 그러나 향후 공급가는 250∼260달러대로 떨어진다는 것이 정설이다.

◇한국통신 입장=한국통신은 대만 중화텔레콤 입찰 결과를 접하고 가격 적정성 조사에 착수했다. 한국통신은 『비록 같은 ADSL 시스템이라도 시스템당 포트밀도, 구성요소 등에 따라 가격차이는 발생할 수 있다』며 『현재 대만 입찰에 참가한 국내업체들을 통해 중화텔레콤 입찰 당시의 시스템 규격이나 구성요소 등을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한국통신이 132만회선 발주분에 대해 총 4개 공급업체로 선정한 데 반해 대만 중화텔레콤은 한 업체가 최대 120만회선 모두를 공급할 수 있다는 점도 가격인하 요인으로 꼽힌다.

◇무엇이 문제점인가=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국내 ADSL 시스템 가격이 비교적 고가에 형성됐다는 데는 장비업체·통신사업자 모두 인정하는 분위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의 경우 수요에 비해 공급량이 부족한 「공급부족 상황」이 지속돼 장비업체들이 납기를 맞추기 위해 비싼 현물시장에서 부품을 구매하는 등 가격인하 요인이 적었다』며 『가격을 낮추기 위해서는 통신사업자가 구매량을 조절해야 했으나 정부차원에서 초고속 가입자 확대에 정책 우선순위를 두다 보니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대의 ADSL 소비국이면서도 가격대가 다른 국가에 비해 높게 형성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지적이며, 결국 국내 통신사업자는 「가장 비싼 가격에 구매해 가장 저렴한 요금」으로 초고속 인터넷을 실시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제부터라도 국내사업자들이 조달하는 ADSL장비 가격을 전면 재검토, 가격인하를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