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청이 올해 벤처투자 활성화를 위해 중소기업 창업 및 진흥 사업에 1000억원의 기금을 조성, 벤처캐피털사 및 창투사를 대상으로 자금 지원에 나서기로 했으나 정부의 예산 배정이 늦어져 사업 추진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에따라 벤처캐피털 업계는 연초 계획된 벤처투자조합 결성을 뒤로 늦추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중기청의 예산 배정이 계속 늦어질 경우 조합 결성 규모를 축소하는 방안마저 검토중이어서 지난 하반기에 이어 올해도 벤처업계의 「돈가뭄」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11일 중기청에 따르면 올해 중소기업 창업 및 진흥 기금으로 지난해 2000억원에서 1000억원이 줄어든 1000억원의 예산을 조성, 벤처캐피털사 및 창투사의 벤처투자조합 결성 사업에 일부 지원키로 했다.
그러나 중기청은 새해가 시작된 지 1개월이 지나도록 기획예산처로부터 예산을 배정받지 못해 차일피일 사업을 미루는 등 사업 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기청에 현재 접수된 벤처투자조합 결성 추진 업체는 대략 20여개사로 결성 금액만 2000억∼3000억원에 달하고 있으며 중기청의 예산 지원을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무한기술투자는 최근 대전시가 추진중인 「제2호 대덕밸리투자조합」결성에 참여키로 하고 130억원 규모의 자금 조성에 들어갔다. KAIST 발전기금재단과 교원공제회·현대증권·충청하나은행 등이 참여하는 이 조합은 무한기술투자가 당초 2월말 조성을 끝내고 본격 투자에 돌입키로 했으나 46억원에 달하는 중기청 자금이 배정되지 않자 사업 수행에 차질을 빚고 있다.
무한기술투자는 특히 정부 지원예산 문제도 있지만 공신력을 지닌 중기청이 조합 결성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일부 참여를 확정했던 다른 조합원들도 참여의사를 번복할 가능성마저 있다며 사업을 뒤로 미루고 있는 형편이다.
녹십자벤처투자는 지난해 12월부터 결성을 추진해온 100억원 규모의 「벤처투자 바이오 투자조합」에 전체 투자 금액의 30%인 30억원을 중기청으로부터 지원받을 계획이었으나 다른 조합원들의 참여 의사가 마무리된 상태에서 중기청의 지원이 계속 늦어지자 조합 결성을 늦추고 있다.
일신창투는 이르면 1·4분기말이나 늦어도 2·4분기중 조합 결성에 나설 계획이지만 중기청의 지원이 늦어질 경우 자칫 조합 결성 규모가 줄어들 가능성마저 배제하지 못하고 있는 입장이다. M창투사도 중기청의 참여 여부가 확정돼야 사업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사업계획 자체를 미루고 있으며 올 투자조합 결성 전략을 수정해야 하는 사태도 일어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중기청 관계자는 『기획예산처가 중소기업 창업 및 진흥 사업을 수시배정 사업으로 유보하는 탓에 자금 배정이 늦어지고 있다』며 『벤처 캐피털과 창투사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예산이 언제 배정될지 우리도 알 수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정부·민간이 공동으로 조성한 벤처투자조합 조성실적은 총 6515억원으로 정부가 2000억원을 지원했었다.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