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IT합작 회담장 스케치

남북대표간 IT교류회의는 평양도착 다음날인 2월 7일 민족경제협력련합회회의실에서 첫대면을 시작으로 PIC에서 4차례 등 9일 최종 계약에 합의하기까지 모두 5차례나 진행됐다.

7일 오전 첫대면에서는 역사적인 남북IT교류에 대한 의의를 교환한데 이어 남측대표단의 전체의제 및 개별의제에 대한 소개와 제안이 있었다. 오후는 PIC로 자리를 옮겨 18개 연구실 중 14개실에 대한 남측대표단의 견학과 PIC측의 소개가 이어졌다.

단둥-신의주밸리 IT단지 건설 및 합작회사 설립에 대한 논의는 8일 오전 9시 3차회의때부터 시작됐다. 회의는 남측이 계약서 초안을 낭독하면 북측이 의견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정치색을 배제하면서 전문과 1항은 10여분 만에 합의에 이르렀다. 2항을 논의하면서부터 의견이 갈렸다. 남측이 3월중에 합작사 설립을 끝내자는 의견에 대해 북측이 당국에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 승인을 얻어야 하므로 일정 연기를 요구했다.

북측은 또한 400명의 인력송출 요구에 대해 PIC 인력의 한계와 통신시설 등의 미비 이유를 들어 단계적인 공급을 요구했다. 또한 통일IT포럼의 북측 참여에 대해서도 검토해보겠다는 식의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북측은 이어 소프트웨어의 원활한 개발에 최대의 걸림돌이 되고 있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윈도 로케일 아이디(Locale ID)를 북한이 얻을 수 있도록 남측이 협조해줄 것을 명기하는 조항 삽입을 요구했다.

개별의제에 대해서 북측은 한국인터넷정보센터의 통일도메인 논의를 제외한 기가링크·우암닷컴·허브메디닷컴 등은 원안 그대로 받아들이겠다는 뜻을 밝혔다.

오전 11시 20분 각각의 의견 절충과 점심시간을 위해 정회가 선포됐다. 4차회담은 이날 오후 2시 30분에 있었다. 오후 회담부터 북측대표단의 표정이 밝았다. 3차회담에서의 난제를 전향적으로 수용하겠다며 절충안을 내놓았다. 400명의 인력은 단계적으로 공급하며 합작회사 설립은 4월까지 마칠 수 있다고 밝힌 것. 통일IT포럼에 대한 참여도 적극적으로 검토하며 별도의 합의서를 작성하자고까지 나섰다. 이같은 북측의 태도변화로 밤을 새우겠다는 각오로 임했던 협상이 의외로 쉽게 풀리는 순간이었다.

북측을 대표한 장우영 민경련 총사장은 『지금까지 많은 남측기업인 단체와 협상을 했지만 단한번 방문에 계약이 이뤄진 것은 북남교류사상 최초의 일』이라며 『이는 어디까지나 김정일 위원장의 지대한 관심에 힘입은 바 크다』고 말했다.

다음날인 9일 오전 남측대표단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평양시내를 관광했고 오후 4시 계약서 및 합의서 서명을 위한 5차회담에 임했다. 예정대로 5차회담은 계약서에 수기하는 시간을 포함하여 30분 만에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