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다시 수출이다>2회-모니터

모니터는 수출 효자품목이다. 반도체의 뒤를 이을 우리나라 수출을 주도하고 있다.

국내에 전반적인 경기침체 속에서도 수출주도형으로 성장해온 국내 모니터산업은 최근 성장률이 다소 둔화되고 있으나 여전히 국내 경제를 받치고 있는 버팀목 역할을 다하고 있다.

올해 국내 모니터 총 수출액은 어림잡아 6조5000억원. 지난해보다 15%정도 늘어난 수치다.

지난 98년을 기점으로 세계 모니터시장의 성장률이 감소추세로 돌아섰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 의욕적인 기대치다. 업체의 기대가 그만큼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산모니터는 CD롬 드라이브, 반도체 등과 함께 세계시장을 선도하고 있으며 일류 경쟁력을 갖춘 몇 안 되는 정보기술(IT)품목으로 평가받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나라 기업들의 시장 점유율에서 그대로 나타난다. 삼성전자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13%. 단일기업으로는 세계 1위다. 삼성전자와 쌍벽을 이루는 LG전자의 수출 시장 점유율은 3위. 이밖에 대우전자와 KDS, 현대이미지퀘스트 등 중견 업체들도 세계시장에선 핵심 기업군에 속하면서 국산 모니터의 위용을 떨치고 있다.

국가 전체적인 면에서 한국은 대만에 이어 세계에서 2위 모니터 생산 및 수출국가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굳히고 있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우리나라의 위상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국산 모니터 총 생산물량은 3200만대. 전세계 생산물량이 1억600만대인 점을 고려하면 우리나라가 세계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3% 정도. 전년 28% 수준에서 5%포인트 늘어났다. 처음으로 30%대 진입에 성공한 것이다.

이에 비해 그동안 우리나라와 경쟁을 벌여오던 모니터강국 대만과 일본은 그만큼 위상이 약화되고 있다. 실제로 그동안 세계 1위를 지켜 오던 대만은 지난해 5600만대를 공급해 세계 시장 점유율 52%로 전년에 비해 1, 2%포인트 감소했으며 일본도 1300만대에 이르면서 13% 정도의 점유율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산 모니터가 세계시장서 입지를 크게 강화하고 있는 것은 기술개발에 따른 품질향상으로 세계시장서 브랜드 이미지를 크게 높이고 있는데다 업체들이 수출지역을 다변화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자가브랜드·녹다운방식 등 다양한 수출방식을 통해 적극적으로 시장개척에 나선 것도 주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국내 업체들이 동남아시아 등 노동력이 싸고 생산여건이 좋은 지역으로 생산시설을 이전하는 등 고비용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글로벌화한 생산체제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도 우리나라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한몫하고 있다는 게 관련업계 관계자들의 공통적인 의견이다.

이미 삼성전자·LG전자·현대이미지퀘스트 등 주요 업체들은 세계 주요 거점공략을 유럽·미주·아시아 등 3개로 정하고 이곳을 쉽게 공략하기 위한 현지법인 설립을 완료했으며 생산시설확충에 착수했다.

세계 모니터시장은 시장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기술발전과 함께 상당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물론 이에 대응한 국내 모니터 업체들의 행보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모니터시장의 중요한 변화는 모니터의 대형화 추세가 가속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CRT모니터의 경우 지난 90년대 초반까지 14인치가 주종을 이뤘다가 90년대 중반 들어 15인치로 대체되면서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이어 90년대 말에는 15인치마저 단종되고 이후 현재까지 17인치가 주종을 이루고 있으며 19인치가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새로운 주력자리를 노리고 있다.

세계시장조사기관인 IDC 자료에 따르면 CRT모니터 가운데 19인치 제품은 지난 99년 778만대에서 오는 2004년 2964만대로 늘어나면서 연간 29.7%의 높은 성장률

을 달성할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동안 17인치 제품 성장률(12.4%)에 비해 2배 이상 높다.

반면 15인치 이하는 지난 99년 4380만대에서 오는 2004년 1799만대로 매년 19.2% 정도씩 급격히 축소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오는 2004년에는 19인치 제품이 15인치 이하제품의 시장규모를 앞지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산업용과 전문가그룹을 중심으로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21인치 이상의 초대형 제품도 가격인하 및 기술발전에 힘입어 앞으로 수요가 일반 수요자 층으로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또 기존 곡면 CRT모니터를 대체할 차세대 고부가가치 품목이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것도 새로운 트렌드로 꼽히고 있다. CRT모니터 가운데 기존 곡면모니터의 비중이 급격히 축소되고 있는 반면, 평면패널을 사용한 평면모니터가 핵심제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평면모니터는 빛의 반사와 눈의 피로를 크게 줄이는 장점이 있다. 이 점이 부각되면서 평면모니터는 전체 CRT모니터시장의 30%를 차지할 정도로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모니터업체들도 점차 생산비중을 이 분야에 두고 경영력을 모으고 있다.

이와 함께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모니터도 평면모니터에 이어 차세대 전략상품군으로 기대되는 품목이다.

초기 노트북PC용 시장을 기반으로 입지를 넓혀왔으나 최근 일반 PC용 모니터시장으로 기반이 확산되고 있다.

이 제품은 초저전력소모, 눈의피로도 최소화, 환경친화, 부피슬림화(기존 CRT모니터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함) 등의 장점에 따라 최근 국내외에서 금융권 및 일반 기업시장을 중심으로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특히 LCD패널 업체들의 기술발전 노력과 치열한 시장경쟁으로 패널가격이 급락하면서 TFT LCD모니터는 이미 차세대 모니터 맹주로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15인치 제품의 경우 지난 97년까지만해도 1000달러를 호가했으나 최근 400달러대로 떨어졌다. TFT LCD모니터가 CRT모니터를 대체할 시기는 양측의 가격 차이가 2배 이내로 진입하는 시기와 일치할 것이라는 게 모니터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현재 두 제품의 가격차는 2.3∼2.5배 수준. 지난해 초부터 올해 초까지 TFT LCD패널 가격하락이 1년 이상 지속된데다 하락폭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 비춰보면 오는 7, 8월이면 가격차가 2배 이내로 좁혀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시기에는 여름철 비수기가 겹치면서 가격하락률이 절정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올해를 기점으로 TFT LCD모니터가 CRT모니터를 급속히 대체해 갈 전망이다.

TFT LCD모니터도 대형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초기 노트북PC용 모니터로 나온 12.1인치나 13.3인치에 이어 최근 15인치가 주력자리를 확보하고 있다.

15인치의 경우 일반 CRT모니터가 17인치의 크기에 해당된다. 또한 최근 17, 18인치 제품수요가 크게 늘어나면서 새로운 주력자리를 위협하고 있으며 22인치 와이드 화면도 대형경쟁에 본격 가세하고 있다.

모니터는 또 기존 전통적인 개념의 제품과 별도로 응용제품 등 새로운 개념의 제품이 대거 등장하고 있다.

양화면 모니터, 다중접속 모니터, 인공지능 모니터, 웹 모니터 등이 대표적인 제품.

이 가운데 양화면 모니터는 두 명의 사용자가 모니터에 동시에 접속해 같은 화면을 보거나 나눠볼 수 있는 제품. 관공서 등 대민부서, 기업체 안내실 등 활용분야가 크게 넓을 것으로 기대된다.

인터넷의 보급확산과 함께 부각되고 있는 웹모니터는 PC의 기본기능을 갖는 초슬림형 하드웨어장비를 모니터에 장착, 모니터만으로 웹검색은 물론, 간단한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할 수 있는 첨단 제품이다.

세계 모니터시장은 이처럼 빠르게 변하고 있다. 국내 모니터업체들이 시장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글로벌화한 경영전략을 수립해 시행할 경우 시장 점유율 1위인 대만과 기술 1위인 일본을 따라 잡는 모니터 수출강국으로 그 위상을 더 높혀갈 것으로 보인다.

<신영복기자 yb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