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용량 파일의 증가와 e메일 보급 등으로 멸종의 위기로 치닫던 플로피디스크 업계에 새로운 희망의 등불이 켜졌다.
파나소닉이라는 브랜드로 잘 알려진 일본의 마쓰시타고토부키는 1.44MB 플로피디스켓에 최대 32MB까지 저장할 수 있는 플로피디스크드라이브를 최근 개발했다. 이는 기존 디스켓보다 저장용량이 22배 가량 늘어난 것이다. 디스켓의 용량은 플로피디스크의 표면을 얼마나 많은 트랙으로 잘게 쪼개느냐에 달려있는데 「슈퍼디스크드라이브(SDD)」라고 불리는 이 제품은 디스크 표면에 777개의 트랙을 설치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기존 1.44MB용 제품은 트랙수가 80개에 불과했다.
SDD는 제품명 「FD32B」로 23일 일본에서 마쓰시타의 컴퓨터 제품에 장착되어 처음 출시될 예정이다. 예상 가격은 85달러선. USB포트를 지원하는 외장형 모델은 오는 7월경 선보일 예정이다.
마쓰시타의 후쿠사키 홍보팀장은 『FD32B의 등장으로 사람들은 이제 책상서랍 한 구석에 처박아 두었던 디스켓을 다시 꺼내 사용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컴퓨터 수리전문점 테크서브의 기술책임자인 톰 터너는 『사람들은 MP3파일 하나 제대로 못 담는 게 무슨 저장장치냐고 불평했지만 플로피디스켓은 지난 20년 동안 사용된 저장도구이며 약간의 오염에도 손상되는 CD보다 튼튼한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데이터 저장장치는 용량도 중요하지만 안전성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사용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스템분석가인 에반 휘팅도 『아무리 첨단 기술이 발달해도 문서용 저장도구는 필요하다』며 『1MB도 안 되는 데이터를 CD로 굽는다는 것은 매우 불편한 일이며 플로피디스켓은 계속 유용한 저장도구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SDD의 고집적 기술이 오히려 데이터의 안전성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 제품은 각 트랙의 폭을 종전의 87.5마이크론에서 18.8마이크론으로 대폭 줄였다.
한 전문가는 『1마이크론은 1만분의 1㎝에 불과한 길이』라며 『데이터를 읽고 쓸만한 충분한 공간이 아니기 때문에 데이터가 파손될 확률은 그만큼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적어도 지금처럼 책상서랍에 넣어두고 이리저리 굴려도 괜찮은 디스켓은 아닐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 시장조사업체인 디스크트렌드의 분석가 짐 포터는 『현재 9달러짜리 FDD를 사용하는 PC 제조업체들이 10배나 비싼 SDD를 쉽게 채택하려 할지 의문』이라며 『일부 개인사용자들이 외장형 제품으로 구매하긴 하겠지만 이미 집드라이브 등 대안 제품들이 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어 크게 주목받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