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벤처투자 CB 비중 높인다

은행권이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위험을 줄이기 위해 전환사채(CB) 인수를 통한 벤처투자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산업·국민·한미·기업 등 8개 시중은행은 올해 CB인수방식의 벤처투자 비중을 전체 투자목표치의 25%에서 최대 80%선으로 늘릴 계획이다. 특히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벤처투자를 위한 예산배정 단계에서부터 CB인수를 통한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올해 1000억원의 벤처투자를 계획중인 한미은행은 이 중 75%인 750억원 가량을 CB인수 형태로 집행하기로 했다. 한미은행은 이미 지난 한달 동안 CB인수를 통한 벤처기업 투자액이 80억원을 넘어설 정도로 CB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한미는 지난해에도 전체 벤처기업 투자총액(350억원)의 71.4%를 CB인수로 충당했다.

기업은행은 지난해 총 310억원의 벤처투자 중 171억원이 CB인수였으나 올해는 500억원의 투자예산 중 300억원을 CB인수로 투자할 방침이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190억원의 벤처투자 중 CB는 단 한건도 없었지만 올해는 투자예산 220억원 중 100억원을 CB방식으로 투자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미 지난해 말부터 CB심사를 시작, 현재까지 4건에 35억원을 투자했다.

또 지난해 주식인수방식으로 140억원을 벤처기업에 투자했던 외환은행도 올해 벤처투자예산 240억원 중 60억원을 CB형태로 투자하기로 내부적으로 확정한 상태이며 하나은행은 주식인수 100억원, CB인수 100억원 등으로 나눠 투자할 예정이다.

이밖에 300억원의 투자계획을 갖고 있는 국민은행도 50 대 50 정도의 CB방식 투자를 계획하고 있으며 산업은행도 지난해보다 CB비중을 높일 계획이다.

은행 벤처팀 관계자들은 『지금처럼 시장상황이 불투명한 상태에서 은행들이 CB비중을 높이는 것은 보수적인 투자를 지향하고 있는 은행의 성격상 당연한 일』이라며 『시장상황이 좋아진다면 CB비중이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