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를 맞아 세계 사진기자재 산업에도 일대 지각 변동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11일(현지 시각) 미국 동남부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개막된 세계 최대 규모의 광학기기 및 사진기자재 전시회인 「PMA(Photo Marketing Association)」는 이런 변화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어모았다.
이번 전시회의 화두는 단연 「디지털」. 이번 PMA쇼에 참가한 전세계 800여개 업체 가운데 무려 300여개 업체가 디지털 관련 신제품을 대거 출품했다. PMA는 세계적인 사진기자재 전문전시회답게 매번 관련 신제품들이 대거 출시돼 시장의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따라서 이번 전시회를 계기로 조만간 디지털 관련 제품이 사진 시장의 주력 제품군으로 자리매김할 것임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이번 전시회의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전통적인 사진 전문기업 못지 않게 전자·정보통신업체의 진출이 눈에 띄게 늘었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번 전시회에는 사진 시장에서 입지를 굳건히 지켜온 이스트만코닥·후지포토필름·아그파·캐논·니콘·올림푸스·펜탁스·노리츠 등이 대형 부스를 설치하고 신제품을 대대적으로 선보인 가운데 전자·정보통신 분야의 신진기업들이 대거 진입해 세대교체 분위기를 예고했다.
특히 소니·도시바·파나소닉·JVC·산요·카시오 등 일본의 전자업체들은 디지털카메라·디지털프린팅 장비·디지털캠코더 등 디지털 관련 장비를 대거 선보여 전통적인 사진업계를 바짝 긴장시켰다.
디지털 인화장비가 대거 선보인 점도 눈길을 끈다. 한때는 사진 영상이 필름이 아니라 반도체 칩에 저장되는 디지털 사진 시대가 되면 시중 인화점이 설자리를 잃지 않겠느냐는 섣부른 전망이 나돌기도 했지만 인화 시장은 오히려 사진인화작업을 손쉽게 함으로써 더욱 확대되고 있다.
실제로 관련업체들은 디지털 데이터를 이용해 사진을 인화할 수 있는 각종 인화장비와 인화지를 다채롭게 선보이며 시장선점에 적극 나서고 있다. 노리츠·아그파·그레택이미징 등 기존 인화장비 시장의 거두들은 이번에 디지털 장비를 부스 중앙에 설치, 디지털 사진 시장에서도 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 같은 시장 추세를 반영하듯 PMA 내 전문 소그룹인 DIMA(Digital Imaging Marketing Association)는 11일 디지털 프린터 부문에서 우수 제품을 선정, 발표했다.
28개 업체의 108개 제품을 대상으로 한 이번 선정에서 DP점용 전문인화장비 부문에서는 그레택이미징·더스트·후지필름 제품이, 잉크젯프린터 부문에서는 일포드·컬러스팬·엡손사의 제품이 선정됐다.
<올랜도(미국) =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