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사람들과 광대한 자원이 있는 조용한 나라 캐나다」. 캐나다 하면 사람들은 으레 이렇게 상상하기 쉽지만 이제는 이미지를 바꿔야 할 것 같다. 국내총생산(GDP)의 40% 이상을 정보통신 부문을 비롯한 제조업이 차지할 정도로 산업구조가 급변했으며 최근 들어서는 첨단기술 발전속도가 빨라 세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기 때문이다.
저렴한 통신요금과 R&D비용에 대한 세제혜택 등으로 기업에는 최적의 투자환경을 제공하고 있어 캐나다는 이제 「조용한 북미의 주변부」라는 이미지 대신에 변화의 급물살을 타고 있는 첨단 정보통신 국가로 새롭게 인식되고 있다. 특히 오타와 지역에는 이미 수천개의 하이테크 기업들이 몰려들어 군집을 이루고 내로라하는 세계적인 기업들이 R&D둥지를 틀고 있어 「캐나다의 실리콘밸리」로 불릴 정도다.
최근 몇년 사이 G7국가 가운데 새로운 IT강국으로 등장한 캐나다. 혁신적인 정보통신 기술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캐나다의 경쟁력은 어디에 있을까. 이에 대한 해답을 아서 페론 주한캐나다대사(56)를 만나 들어보았다.
-캐나다는 이미 목재나 광물수출 등 1차 산업국가의 이미지를 벗고 정보통신 강국으로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최근 10년간의 캐나다 산업구조 변화에 대해 설명해 주십시오.
▲천연자원 산업은 아직도 캐나다 경제의 50%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부문입니다. 하지만 이는 과거 경제의 대부분이 자원에 의존했다는 사실에 비추어 보면 매우 낮은 것으로 경제의 중심이 제조업 분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제조업은 현재 캐나다 경제의 40%선을 차지할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는데 주로 자동차와 정보통신·서비스 등입니다. 특히 정보통신 부문의 성장 속도는 다른 부문의 그것보다 3배나 돼 세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발효되면서 미국의 제조업체들이 기업비용이 적고 관세도 없는 캐나다를 아웃소싱 기지로 적극 활용하고 있기 때문으로 생각됩니다.
-캐나다가 보유한 기술 가운데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부문은 어떤 게 있습니까.
▲전자산업 부문입니다. 텔레커뮤니케이션, 무선, 소프트웨어, 광·디지털 네트워킹, 인터넷테크놀로지, 멀티미디어, 원격 의료 및 교육 등입니다. 북미 지역 인터넷망의 70% 이상은 캐나다 기술을 사용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캐나다 정부는 지난해초 5만개의 일자리가 기술인력을 기다리고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실제 노동력 수요는 어느 정도 되며 그 가운데 IT관련 분야는 얼마나 되는지요.
▲정보통신 부문의 고용은 급증 추세에 있습니다. 주로 소프트웨어와 컴퓨터 서비스 부문에서 고용이 발생하고 있으며 정보통신 제조부문의 성장속도도 다른 영역에 비해 전혀 뒤지지 않습니다. IT부문의 인력은 지난 98년 기준으로 38만9000여명에서 51만2000여명으로 무려 31.7%나 늘었습니다. 이는 캐나다 전체 노동력의 3.6%를 차지하는 것입니다. GDP에 대한 기여도도 늘어나 99년의 경우 총 433억달러로 GDP의 5.8%를 기록했습니다.
이렇듯 빠른 성장으로 캐나다에서는 연간 2만∼3만명의 기술인력이 필요한데 장학금 등 각종 인센티브제를 도입해 실행하고 있어도 캐나다 내에서는 필요한 인력을 모두 채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느 나라든지 인력이 제일 중요한 것 같습니다. 캐나다의 정보통신 기술인력 양성 프로그램과 정부의 정책 등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과 기술학교를 보유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6개월은 공부를 하고 6개월은 실무를 익히는 「CO-OP교육」프로그램이 있는데 이 제도는 이미 한국에서도 시행을 하고 있습니다. 또 비즈니스 및 기술연구소들은 기업센터를 설립해 학생들이 새로운 회사를 설립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현재 캐나다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많은 예산을 교육과 R&D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지난 99년 정보통신과 컴퓨터 등 첨단 기술인력을 중심으로 이민 쿼터를 늘렸습니다. 기술인력 유입 또는 이민에 대한 귀국의 정책은 어떻습니까. 또 한국인의 이민현황은 어떠한지요.
▲미국은 숙련된 기술인력을 유치하기 위해 매년 쿼터를 적용하고 있지만 캐나다는 쿼터가 아예 없으며 IT분야의 이민은 우선권을 주고 있습니다. 캐나다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이나 IT분야에 종사하려는 기술인력들에게는 비자업무를 신속히 처리해주고 있고 배우자들도 현지에서 일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한국 외무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총 9295명의 한국인이 캐나다로 이민을 갔습니다. 전체 이민인의 60% 수준으로 미국을 제치고 캐나다가 이민희망 1순위 나라로 등장한 것입니다.
-IT두뇌와 관련해 캐나다와 한국간 인적자원 교류 방안에 대해 조언해 주십시오.
▲캐나다는 한국 학생들이 IT분야 수학을 위해 선호하는 국가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양국간 협력 프로젝트를 위한 학생들과 IT전문가들에 대한 초청행사를 계속 진행할 계획입니다. 또 IT분야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전세계의 모든 사람들을 환영합니다. 땅은 넓고 필요한 인력은 적습니다. 급속한 경제 성장에 따라 적합한 인력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러한 기회를 잡고자 한다면 캐나다 대사관에서는 최대한 도움을 드리겠습니다.
-캐나다는 대미 최대 수출국가로서 최근 들어서는 미국의 실리콘밸리 진출을 희망하는 업체들이 미국진출을 위한 전진기지로 활용하는 사례도 많은 것 같습니다. 외국 기업의 투자유치 정책은 어떤 게 있나요.
▲세계은행(IBRD)은 캐나다가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기업에 대해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절차가 간결하다는 사실을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세계 최대의 회계 및 경영자문법인인 KPMG 조사자료도 캐나다가 조세나 건설비용·임금·통신비용 등이 모두 저렴해 투자여건이 가장 좋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미국에 비해 통신비용 부문에서는 6% 저렴하고 부동산 부문에서는 13%가 저렴합니다. 가장 중요한 중요한 점은 R&D 비용에 관한 조세혜택이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많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 몇년 사이 캐나다에는 세계적인 명성을 떨치는 기업들의 R&D센터 설립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한국과 캐나다간 현재의 무역수지와 앞으로의 전망은.
▲한국은 캐나다 교역국 가운데 아시아에서는 세번째, 세계에서는 여섯번째를 차지할 정도로 큰 시장입니다. 양국간 교역량은 연간 70억달러에 이르며 증가속도가 다른 나라에 비해 훨씬 빨라 양국간 비즈니스는 앞으로도 급팽창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벨캐나다나 노텔처럼 이미 한국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캐나다 기업들이 많습니다. 이제 IT부문에서도 양국간 협력방안을 적극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데요.
▲금융권에는 노바스코샤은행이 진출해 있으며 텔레콤과 IT 분야에는 노텔네트웍스·코렐·텔루스인터내셔널 등이 진출해 있습니다. 항공우주분야에서도 프랫앤드휘트니(PW)·벨헬리콥터 등이 삼성과 합작사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한국과는 지난 95년 정부 차원에서 IT분야에 대해 협력키로 MOU를 교환했으며 형식승인에 대한 상호인증협력도 체결한 상태입니다.
한국에 부임한 이래로 LG·삼성 등 한국의 대기업들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정보통신 기술력과 그것을 상업화하는 데 성공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20년 이상 지속돼온 양국간 신뢰가 바탕이 돼 앞으로 지속적인 협력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특히 한국의 인력은 반도체 설계 및 생산 등의 부문에서 보여줬듯이 전자·하이테크 분야의 경쟁력이 우수해 양국 벤처기업간 협력도 활발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아서 C. 페론(Arthur C. Perron)>
<약력>
△44년 8월 캐나다 노바스코샤 출생 △라발대학 커뮤니케이션 석사 △68∼71년 주프랑스 대사관 서기관 △71∼73년 주알제리 대사관 서기관 △73∼76년 주마닐라 대사관 서기관 △76∼80년 캐나다 외무부 중동·아프리카 지역 사무관 및 서기관 △80∼84년 주오스트레일리아 영사 및 총영사 서리 △84∼90년 캐나다 외무부 상무경제인사과 및 아시아태평양국 근무 △90∼94년 주태국 대사 △94∼95년 캐나다 본부대사 △95∼98년 주남아프리카공화국 대사 △98년∼현재 주한 캐나다 대사관 대사
<박영하기자 yh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