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다시 수출이다>2회-현지화 전략이 시급하다

대표적인 수출 전략 상품 중 하나인 모니터 시장을 둘러싼 세계 각국 업체들간 쟁탈전이 날로 심화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국내 업체들이 생존하기 위해선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구사하는 수밖에 없다.

여기서 현지화 전략이란 단순히 본사 차원에서 현지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것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현지 업체들과 공동 생산·마케팅 전략 수립, 각 지역 특성에 적합한 차별화된 제품의 개발, 현지 애프터서비스망의 완비, 환경 및 법률적인 규제 등 비관세 장벽에 대한 대응책 마련 등을 모두 포함한다.

현지화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환경친화적 제품 개발이다, 현지 환경에 맞는 제품을 개발 없이는 현지 마케팅에서 성공을 거둘 수 없다. 선진국일수록 환경친화적인 제품을 선호하며 이같은 경향은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국내 모니터 업체들이 이들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기 위해선 환경친화형 또는 절전형 제품의 설계 및 개발이 수출시장 개척의 성패를 가늠하는 중요한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나 동남아 국가들의 경우는 환경 규제보다 오히려 현지 업체와 공동 마케팅이나 공동 생산 전략이 훨씬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특히 중국 시장은 국내 모니터 업체들이 전략적으로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지역 중 하나다. 하지만 중국은 외국 업체에 그렇게 호락호락한 시장이 결코 아니다. 중국 정부 역시 시장 진출 업체에 대해 현지 업체와 전략적 제휴나 공동 생산 등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한솔전자와 장성컴퓨터와의 제휴, 현대이미지퀘스트의 중국 현지 공장 생산체제 강화 등은 바로 이같은 현지화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솔전자의 경우 중국시장 진출을 위해 장성컴퓨터측과 공동으로 현지 생산공장을 운영하고 제품별로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을 수립해 놓고 있어 향후 성패 여부가 중요한 관심사가 되고 있다.

특히 한솔전자의 경우는 동남아 공장, 한국내 공장, 중국 공장별로 생산 제품을 차별화하거나 별도의 마케팅 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AS체제 구축이 관건

현지 애프터서비스 체제의 완비도 중요한 현지화 전략 중 하나다.

이제 단순히 제품을 현지에 수출하는 것만으로는 갈수록 까다로워지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다. 현지에 애프터서비스망을 확대하고 현지화된 기술 인력을 대거 확보하는 것도 현지화를 구현해 나가는 중요한 전략이다. 특히 유럽 시장의 경우는 자가브랜드 수출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현지 소비자들의 한국 상품에 대한 이미지 제고가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애프터서비스망의 지속적인 확충이 절실하다고 할 수 있다.

애프터서비스망의 구축뿐 아니라 최근 들어 현지 양판점 진출 등을 통해 시장 공략에 나서는 업체들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사례가 IMRI다. 이 회사는 이를 통해 현지 소비자들의 제품 인지도를 높여 나가고 있는 것이다.

제품의 인지도 향상을 위해선 현지 언론을 통한 대외홍보 활동의 강화나 전시회 참가도 활성화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독일의 하노버에서 매년 개최되는 유럽 최대의 컴퓨터 전시회인 「세빗」을 비롯 중국·미국 등 전략적 요충지역을 중심으로 해외 전시회에 적극 참여함으로써 전세계 바이어들에게 국내 모니터 제품의 우수성을 알리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단순히 전시성 또는 일회성의 해외 전시회 참여방식에서 탈피해 현지 언론과의 접촉기회를 확대하고 바이어들과 협상 창구로 활용하는 다각적인 대책이 강구되지 않으면 안된다.

새로운 기술적인 흐름을 이해하는 것도 현지 마케팅 전략의 중요한 부분이다. 특히 지역별로 선호하는 제품의 특성이 다르다는 점을 충분히 이해한 후에 시장을 선도하는 제품을 내놓아야만 한다. 특히 포스트PC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모니터와 신클라이언트·웹접속 등의 기능을 지원하는 복합형 제품이 점차 시장을 확대해 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 현지 마케팅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선진국 시장일수록 복합형 제품의 선호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제품 구색을 다양하게 확보해 수출 시장에 내보낼 수 있는 전략이 절실히 요구된다.

또한 2005년께면 LCD모니터의 전세계 시장규모가 금액 기준으로 CRT모니터를 앞지르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지역별로 차별화된 제품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국내 업체들의 주요 수출지역 중 하나인 일본의 경우 전체 모니터 수요 가운데 LCD의 비중이 약 50%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이는 일본 소비자들은 좁은 실내공간과 주거환경 등으로 특히 공간절약성을 중시하고 있어 경박단소의 특징을 지니는 LCD모니터의 보급이 타 지역에 비하여 매우 높기 때문이다.

일본에 이어 미주 지역 26.9%, 유럽 지역 19.8%, 아시아 지역 9.9% 등의 순서로 LCD모니터의 비율이 높은데 앞으로는 선진국 시장을 중심으로 LCD모니터의 수요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국내 모니터 업체들은 고부가가치 상품과 저가형 제품을 지역별로 어떻게 안배하고 수출 역량을 집중할지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해야 할 것이다.

◆선진국들 무역장벽 활용 사례

환경친화형 및 절전형 제품은 최근 들어 유럽과 미주 지역 수요자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사항 중 하나다.

환경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모니터와 PC 등 제품에 대한 환경 규제가 사실상 무역 장벽으로 부상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 환경친화형 및 절전형 제품은 몇년 전부터 유럽 등 선진외국을 중심으로 도입됐으나 최근 들어선 지역적으로도 점차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따라서 앞으로 국내 모니터 업체들은 단순히 유럽의 규격뿐 아니라 북미·중국 등 전략적인 요충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는 국가들의 환경 규제 등 제도적인 특성을 정확하게 파악한 후에 시장에 파고 들어야 한다.

최근 대표적인 환경 규제가 바로 「TCO-99」다. TCO-99는 컴퓨터가 사용되는 작업장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PC 및 주변기기에 대한 유해전자파, 안전성, 소비전력, 인체공학 및 생태학적 조건 등을 포괄적으로 규제할 목적으로 TCO(스웨덴직업노동연합:The Swedish Confederation of Professional)가 제정한 것이다. 이 규제는 최근 전유럽으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TCO-99는 기존 TCO-95 규격에다 인체공학을 비롯해 절전효과와 생태학적 요구사항을 대폭 강화한 규격이다. 또한 색채온도변화·외부교차자장·색채균일성 등 인체공학 관련 4개 분야와 밝기·균일성 등 3개 항목을 포함하고 있다.

「절전성」도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유럽의 경우 기존 30W에서 15W로 절전기준이 강화됐고 생태학적 요구사항도 훨씬 까다로워졌다.

이처럼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최근 스위스 정부·은행연합회, 독일 연방정부 등 유럽 각국 정부 및 민간단체가 컴퓨터 관련제품의 조달시 환경친화형 및 초절전형 제품을 우선 구매키로 결정했으며 유럽연합(EU)도 PC와 모니터를 환경 규제 품목으로 새로 지정하고 구체적인 규제방안을 마련 중이다.

유럽뿐만 아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미주 지역 국가도 공공기관에 공급하는 컴퓨터 제품을 중심으로 환경 및 절전 규제기준을 강화하고 있으며 일정 기준에 미달하는 제품에 대해서는 환경부담금을 부과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환경친화형 제품이 사실상 무역장벽으로 작용함에 따라 국내 모니터 업체들도 초절전형 제품의 개발과 TCO-99 인증 등 각종 품질 인증 획득에 적극 나서지 않으면 안된다.

이들 규격 외에도 스위스에서 제정한 환경 규격인 「에너지2000」, 유럽의 친환경 인체공학 관련마크인 「에코라벨」에도 큰 관심을 기울여야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상황변화에 따라 국내 모니터 업체들도 해외 환경·절전 규격을 충족하는 제품을 출시하기 위해 온갖 힘을 쏟고 있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